"난 단돈 1만원으로 멋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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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사정은 빡빡하고, 멋은 내고 싶고…. 어디 가서도 유행에 뒤졌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감각파들이 절묘한 답을 찾아냈다. 바로 '저렴한 사치'다. 예전 같으면 옷 한벌 살 돈으로 '실용파 사치족(族)'들은 두세 개의 특별한 패션 소품을 구입한다.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대담한 소품은 있던 옷도 새 옷처럼, 한 벌도 여러 벌처럼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린다.

◆마법에 걸리다='신제품 출시 후 한달간 판매량이 지난 해 대비 57.1% 증가'. 불황으로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패션가에서 이런 기록을 세운 상품은 패션 스타킹이다. 비비안은 신제품 패션 스타킹이 출시된 3월 한달 동안 모두 11만 족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족이나 늘어난 매출이다. 일반 스타킹은 판매량이 오히려 줄었다.

패션스타킹은 국산이 최소 1만원에서 3만원대로, 일반 스타킹보다도 두배 이상 비싸다. 불황 속에서도 비싼 제품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것은 '저렴한 사치족' 덕분이다. 미니 스커트가 유행이라지만 이들은 스커트보다 스타킹에 승부를 걸었다. 한벌 쯤 갖고있는 청 미니 스커트에 감각적인 스타킹을 바꿔 신는 전략으로 멋을 부릴 수 있다.

◆요술을 부리다=이런 경향은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스타킹이 여성들의 위장술 필수품목이라면 남성들에겐 셔츠가 요술 지팡이다. 큰 돈 드는 정장을 사는 대신 셔츠를 '폼'나게, 튀게 입으면서 변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찰스 주르당 정용화 대표는 "불황으로 화이트 셔츠 판매량은 뚝 떨어졌지만, 지난해 판매가 미미하던 과감한 스트라이프(줄무늬) 셔츠가 올해는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민무늬보다는 스트라이프 등 패턴이 가미된 셔츠가 비싸게 마련이다. 요즘 남성들은 정장 한벌을 구입하기보다 좀 비싸지만 튀는 셔츠를 다양하게 마련해 멋을 낸다. 허리띠를 조르면서도 셔츠 만큼은 사치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LG패션 주지홍씨는 "세 가지 이상의 색이 들어간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나 꽃무늬 셔츠가 일반 셔츠보다 비싼데도 더 잘 팔린다"면서 "정장은 싼 제품이 잘 팔리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귀여우면서도 로맨틱한 요즘 패션가의 유행을 가장 손쉽게 드러낼 수 있는 게 바로 액세서리다. 물론 화려한 꽃무늬 블라우스라면 더 좋다. 하지만 평범한 블라우스나 셔츠 위에 빅토리아풍의 초커 목걸이(목에 딱 맞게 두르는 목걸이)나 작고 앙증맞은 펜던트가 여러 개 달린 팔찌(참 팔찌).목걸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유행의 첨단을 걸을 수 있다.

저렴한 사치족의 선택은 역시 옷보다는 액세서리다. 특히 이들은 연결 방법이나 착용 방식에 따라 팔찌를 목걸이로, 또 목걸이 펜던트를 휴대전화 장식으로 쓸 수 있는 멀티 주얼리(다기능 액세서리)에 주목한다. 멀티 주얼리는 딱 한가지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비슷한 제품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작은 펜던트를 개성에 맞게 여기저기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노아레의 참 팔찌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이 목걸이와 팔찌 등 장신구로 개성을 드러낸다면 남성들은 시계가 그 역할을 한다. 디자인에 무심하고 기능에만 관심을 갖던 남성들이 최근엔 나를 드러내는 도구로 시계를 활용하고 있다. 론진.티쏘 등에서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복고풍 기계식 시계가 최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렴한 사치족 되기=패션 스타킹은 정말 다리가 예쁜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여간한 용기 없이 신기 어렵다. 패턴이 늘어나면서 다리를 넓적하게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타킹이 너무 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옷과 불협화음을 일으켜 촌스러운 느낌을 줄 위험도 있다. 청치마나 가죽치마엔 망사 스타킹, 정장 스커트엔 꽃무늬나 체크무늬 스타킹을 신으면 무난하다. 망사 스타킹은 망 크기가 작고 실도 가늘어야 다리가 예뻐 보인다.

스트라이프 셔츠는 스트라이프 색상 중 하나를 골라 나머지 옷 색상과 통일해줘야 산만한 느낌을 피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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