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수 피해 날로 늘어 농작물 보호책 세웠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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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매일 새벽등산을 한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를 가르면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모를 것이다.
그 등산길에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는 노루·산토끼·꿩 등 야생동물들이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숫자다. 우리의 산야에 이렇게 많은 야생동물들이 노닐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자연보호정책과 조림사업이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몇년전 야생동물을 잘 구경할 수 없을 때 농부들은 농사를 짓기에 편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건이 달라졌다. 지나치게 많아진 야생동물들이 사람들에게 되레 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노루·산토끼 등은 보리나 벼, 각종 채소류를 뜯어먹고 있으며, 꿩류는 감자·고구마와 콩과류의 작물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 그것도 밤에 침입하기 때문에 나가 지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독약을 놓는다든가 올가미 등을 통해 포획을 하자니 법의 저축을 받는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되레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때는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부르짖고 있다. 애써 가꾼 식량들이 당국에서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면 스스로 아까운 식량을 없애는 결과가 아닌가. 당국에서는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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