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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는 일시적, 아프리카 성장은 계속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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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10면

맥킨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의 아프리카 디렉터인 아차 레케(41)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자문을 구하는 아프리카 전문가다. 카메룬 출신으로 미국 조지아 공대를 최우등 졸업(흑인 최초)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아프리카 지역위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시장 강조한 맥킨지 디렉터 아차 레케

 레케가 유명해진 건 2010년 그가 쓴 ‘움직이는 사자:아프리카 경제의 진전과 가능성’이라는 보고서 때문이다. 빈곤의 대륙이라고 여겨지던 아프리카도 중산층이 커지면서 소비 시장이 넓어져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성장동력이라는 내용이었다. 레케는 지난해 또 하나의 보고서를 썼다. 이번엔 아프리카의 인터넷 시장에 대한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인터넷·모바일 거래가 점점 발달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54개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의 16%에 불과한데 2025년엔 50%까지 늘어 엄청난 부를 창출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당일치기로 들어와 밤늦게 두바이로 출국한 그를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아프리카 투자도 좋지만 지금 모든 사람이 에볼라 얘기를 하고 있다.
 “하하. 에볼라는 아프리카 전체가 아니라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이라는 작은 나라들에서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은 에볼라 퇴치에 성공해 국제보건기구(WHO)의 인증을 받았다. 물론 에볼라는 아프리카의 정부들과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과거에도 많은 문제를 극복해 왔다. 에볼라는 결국 사라질 것이고 경제성장은 계속된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나는 주로 맥킨지의 남아공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나이지리아에 2주에 한 번씩 간다. 오늘 인천공항에서 ‘WHO가 나이지리아를 에볼라 종식 지역으로 선포했기 때문에 입국해도 좋다’고 하기에 한국은 합리적이고 국제기준을 잘 적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나이지리아 같은 에볼라 주변국에 출장 가서 에볼라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맥킨지 라고스 사무소에 직원이 70명이다. 다들 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 현지에 가보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인도 등을 젖혀두고 아프리카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아프리카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지역이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수익이 크다. 그냥 성장률이 높은 게 아니라 투자를 하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진도 높은 편이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아프리카가 제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견지에서 현재 아프리카 매출 비중은 낮을지 모르지만 10년, 20년을 내다보면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산업에 투자해야 하나.
 “일단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나이지리아를 꼽을 수 있겠다. 나이지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5100억 달러로 예전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였던 남아공(350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인구가 1억7000만 명으로 세계 7위의 대국이다. 엄청난 소비 인구를 가진 셈이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늘 “당신이 나이지리아에 없다면 당신은 아프리카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발전(發電) 능력이 떨어지는 등 과제도 남아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인프라 투자 측면에선 엄청난 투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장 테러 단체 등 정정이 불안하다.
 “테러 단체는 다른 지역에도 있다. 아프리카에는 54개국이 있으니까 항상 위협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내전이나 갈등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과거엔 경제성장률이 1~2%에 불과했는데 지난 10년간 연평균 5% 성장한 게 그것을 입증한다.”

 -아프리카는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중산층이 정말 계속 증가하고 있나.
 “아프리카 중산층의 증가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전체 인구의 50%가 19세 미만이다. 이런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는 아기의 수가 서유럽 전체의 아기 수보다 많다. 그래서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장은 “당신이 기저귀 회사라면 지금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고 말한다. 지금 아프리카에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이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이 활발하다는 것도 놀랍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와 인터넷 시장 발달은 분명히 극과 극에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이거 아니면 저거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 지역에선 아프리카의 알리바바라는 ‘콩가(konga)’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성업 중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도 많이 생기고 있다. 맥킨지에서 자체 산출한 인터넷의 경제 기여도(iGDP)를 보면 세네갈과 케냐 같은 나라의 성장이 눈부시다. 인터넷 접속이 빠르고 정부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혁신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투자 공세가 엄청나다.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하는 건 일단 좋은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는 대부분 아프리카의 자체 능력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멘트 공장을 세워놓고 중국 노동자들을 수천 명씩 데려오는 식이다. 투자만 해주면 좋다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프리카가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개발 노하우 중 아프리카에 적용 가능한 것이 많다. 현재 삼성현대 같은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지만 국가 차원에선 하는 게 없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있고, 중국과 일본은 국가주석과 총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한국은 그런 게 없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보다 큰 모험심을 기대한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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