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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근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안팎에서 합장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다. 불황속의 비우이다. 그동안 「경기의 붐」 을 맞을 것이라는 반가운 예보들도 아직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이젠 좀더 기다려보자는 예보들이 새로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불황의 근인은 세가지다.
첫째는 제2차 석유쇼크의 후유증. 제1차 석유위기(73년)때와는 달리 그 회복이 의외로 느
리게 진행되고 있다. 제1차 쇼크 때는 불과 2년의 조정기간을 통해 회복세를 가다듬을수 있었다.
그러나 게2차 석유쇼크는 이제 3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회복의 서광은 아직 비치지않고 있다. 그동안 허리띠를 죄어온 경영자, 근노자, 주부들은 피로에 지쳐, 웬만한 자극으로는 반응이 없을 정도다.
둘째는 경제정책의 빈곤이다. 포망을 갖고 출발하자는 「기대형성이론」에서 돛을 편 「레이거노믹스」는 재정적자(6백억달러) 에 눌려 기를 못펴고 있다.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인 감세가 세출삭감보다 많아 그것은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재정적자는 다른 딸로 바꾸면 금융의 궁핍이다.
그나마 인플레이tus의 뿌리라도 뽑힌 것은 미국을 위해 다행이다.
올해의 예상치는7·5%로, 지난해의 두자리숫자(10·4)에서 한자리 숫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기회복은 아직 새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MIT의「P·새뮤얼슨」교수는 최근 「레이거노믹스」를 『그리스의 비극』이라기 보다 『프랑스의 희극』이라는 표현으로 빈정댄 일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복지를 지향하는 민주국가에선 감세는 환영받지만, 세출삭감은 환영받지 못한다. 미국도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세째는 기술개발(이노베이션)의 고갈.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없으면 기업들은 투자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 오늘의 상황도 그와 비슷하다.
물론 로보트나 자동화기술의 진전이 투자분야를 넓혀가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제품의 속출 아닌「임프루브먼트」(기술개선)의 수준에 그쳐 그 심도나 폭이 한정되어 있다.수요의 확대나 창출이기 보다는 생력화(에너지절약)촉진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율은 5%도 넘기 어렵다는 전망들이다. 미국이 O·2%, 영국이 1·5%, 프랑스가2·5%, 서독이 1%남짓이다. 일본만이 5·2%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실업율마저 2차대전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두자리숫자를 넘은 11%, 미국도 9%를 넘고 있다. 장기침체에, 생산성이 향상되어 새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기때문이다.
미국 MIT의 「레스터·더로」교수는 『어느 한 나라가 세계경기의 회복을 리드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그는 최수의 나라가 이끌어가는 「기관차」논을 제시했다.
우리도 선진국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수는 없다. 끊임없이 우리나름의 길을 찾지 않으면안된다.
우선 시국만이라도 안정되어야 한다. 시국안정과 경제안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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