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석 새 스타로|「강호」황충재에 8회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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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프로복싱에 『무서운 아이』가 탄생했다.
22연승(19KO)가도를 달리던 동양-태평양권투연맹 웰터급챔피언 황충재(23)가 18일 전주전북체육관에서 벌어진 타이틀매치에서 무서운 아이 황준석(21·동급1위)에게 비참하게 얻어맞다 8회 KO패, 14차 방어전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무명의 황준석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산전수전을 겪었으며 오는 5월25일 캐나다 윈슨 온타리오에서 웰터급 통합챔피언인 「슈거·레이·례녀드」(미국)에 대한 도전자 결정권을 놓고 「피피노·투에바스」(멕시코)와 대결할 예정이던 황충재에게 5차례의 다운을 뺏고 8회2분40초만에 KO승, 샛별로 탄생한 것이다.
황준석은 초반부터 위력적인 양훅을 휘둘러 2, 3회에 각각 한차례씩 챔피언 황충재를 다운시켜 승기를 잡았다. 황충재는 중반에 기력을 되찾는 듯 했으나 8회 들어 황준석의 무차별 공격을 샌드백처럼 맞고 3차례 다운, 인도네시아인 「마녹」주심에 의해 KO패가 선언되고 말았다.
혜성과 같이 나타난 신예 황준석은 이날 타이틀 획득과 함께 16연승(7KO)을 거뒀다.
키1m72㎝로 다부진 체격의 황은 좌우훅이 주특기인 하드펀처로 받아치기도 능한 두뇌파 복서. 황은 지난 79년11월 신인왕전에 데뷔, 웰터급 우승을 차지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이어 황은 80년9월 전승을 기록하던 유제형(유제두 동생)에 판정승, 한국웰터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충남청양이 고향인 황은 복싱이 하고싶어 78년3월 무작정 상경, 이제까지 동아체육관(관장 김현치)에서 기숙을 하고있다.
김현치 매니저는 『집념이 강한데다 성품이 차분해 기대가 크다. 아직 발놀림이 늦은 것이 흠이지만 경기 중 두뇌회전이 빨라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특기가 있다』고 극찬하고있다.
한편 황충재는 이날 KO패로 절호의 기회인 「쿠에바스」와의 한판승부가 어려워졌다. 3차례 연기를 거듭한 이 대전은 장소마저 또다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캐나다로 바뀌어 오는 5월25일 「마빈·해글러」-「토머스·헌즈」의 미들급 통합챔피언에 앞서 세미파이널경기로 예정됐었다. 전호연 매니저는 『KO로 패했으나 한달이 넘는 36일간의 여유가 있어 상관없다. 「쿠에바스」측과 18일 밤 국제전화로 통화한 결과 예정대로 대전을 갖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며 경기를 강행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권투위원회(KBC)측은 『KO로 패하면 한달 안에 링에 설 수 없다는 규정에는 겨우 벗어난다. 그러나 이같이 참패한 선수를「쿠에바스」와 같은 강자의 상대로 내보낼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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