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경제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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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기독교계는 최근 경제신학 농촌선교 신학 등의 새로운 한국적 토착신학 정립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신학의 태동은 선교 1백주년(84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가 갈구하는 기독교신학의 한국적 토착화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경제신학의 정립제기는 70년대를 전후한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신앙의식도 현저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경제분야에 대한 신학적 윤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농촌선교 신학은 서남동 전 연세대교수가 이미 학문적 이론을 꾸준히 전개해 온 바 있는「민중신학」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한국적 상황에 맞는 농어민을 위한 선교지침과 별도의 신학정립이 절실하다는 교계의 필요성에 태동의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신학의 정립 필요성은『목회』지에 실린 장재언 목사(목포서부 교회)의 논문『경제문제에 대한 신학적 과제』를 통해 처음으로 교계에 공식 제기됐다.
이 논문은 『오늘의 신학이 경제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학문적 타당성과 요청은 인간문제를 관찰하고 연구하는데는 자연 과학적 실증주의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 이라는 전제와 함께『오늘의 교회야말로 성서적, 신학적 양심에서 보는 경제윤리와 경제적 구원을 제시하고 경제문제로 야기되는 개인적, 사회적 심령의 불안을 치유해줘야 하는 절박성에 당면해 있다』는 점을 신학적 과제로 제시했다.
경제가 하나님의 창조적 경륜 권의 부여로부터 비롯된 천부의 기본 과제라는 점을 돌이켜 보면 신학은 이를 외면하고 고식적인 관념이나 자세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일상이며 근본문제인 경제 행위에 대해 한국의 기독교 신학은 아직까지 방관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더우기 오늘의 경제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감안할 때 개인구원이나 사회구원 모두에서 해결돼야 할 경제문제의 비중은 어느 분야보다도 기본적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리스도가 지금 이 땅에 오셔서 가장 절박하게 외칠 구원이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그 분은 가난한 자, 병고를 짊어진 자, 소의 당한 자들을 해방시켰던 분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실존적 불만 해소보다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하나님의 구원이 성취되기를 원하실 것이다.』
경제적 구원의 절박성을 이같이 제기한 장 목사는 돈을 신봉하고 부를 획득하려고 발버둥치는 사회 속에서 야기되는 윤리부재의 경제 현실을 바로 잡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인간구원의 핵심요소라고 역설했다.
사회구원을 강조하는「하나님 선교」의 진보주의 신학과 상통하는 점이 많은 이 논문은 『교회는 교인만을 위한 구원을 탈피해야 하며 사회 구원적 포괄전도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기독교 신학은 이제 선교적 차원에서 더욱 전문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선교 신학은 현재의 농촌 선교실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신학 정립을 모색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도시 농촌선교정책협의회」(3월26일·서울·반도 유드호스텔)에서 구체적인 모색이 시도됐다.
현재 기독교에서 경제나 농촌문제를 독립시켜 다룬 신학은 없다. 다만 정치입학(일명 해방신학) 과 윤리신학 등에서 경제·정치문제를 다루고 있는 정도다.
특히 정치신학은 『예수가 메시아적 존재로 땅에서 살았다』는 사실에 기초한 인간화의 추구를 전제로 신학도 인간생활 전반을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경제·정치문제 등에도 종교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신학이 정립된다 하더라도 사회 속의 실물 경제나 경제제도 문제 등과 같은 고유전문 영역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되고 경제와 관련된 윤리나 정신적 문제 등을 다루어야 한다는 게 신학계의 의견이다.
이기춘 교수(감리교신학대) 는 『성서적·신학적 양심에서 경제 윤리 등을 다루는 새로운 경제신학의 독립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체계의 정립이나 연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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