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서 도시가스를 … 홍천 에너지타운 첫 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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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는 홍천강이 마을을 감싸고 도는 아름다운 곳이다. 강 건너에는 홍천온천도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2001년 하수와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사업소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하수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기피·혐오시설이란 이유로 마을에 대한 관광객의 인식도 나빠졌다.

 이런 마을이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변모를 시도한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쓰레기 매립장, 하수처리장 등의 기피·혐오시설을 에너지 시설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화·관광 요소를 더해 지역 주민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한다. 정부는 지난 5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강원도 홍천과 광주광역시 운정, 충북 진천을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 사업지로 선정했다. 세 곳 가운데 홍천이 가장 먼저 30일 에너지타운 착공식을 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사업은 가축 분뇨와 음식물 찌꺼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전환해 마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모델이다.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취사용 포함)로 곧바로 공급하는 국내 첫 사례다. 홍천은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회사에 공급하고, 회사는 이를 정제해 보급한다. 지금도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연료로 사용하지만 불순물이 많고 농도가 낮아 열효율이 떨어졌다.

 이 곳에서는 연간 60만㎥의 도시가스가 생산된다. 75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중 일부는 소매곡리 마을에 저렴하게, 나머지는 일반에 판매할 계획이다. 홍천군은 이를 통해 홍천군은 가구당 연간 91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는 퇴비로, 액체는 비료로 만들어 주민에게 공급하거나 일반에 판매한다. 퇴비와 액체비료 생산 공정은 주민이 직접 운영할 예정이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또 하수처리시설 여유 부지를 활용해 340㎾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도 설치한다. 이 시설은 주민과 도기가스 회사, 그리고 홍천군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가 운영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연간 5200만원의 수익 발생이 예상되며 주민은 출자한 지분만큼 수익금을 받게 된다. 하수와 가축 분뇨 처리 후 배출수를 이용하는 소수력 발전소도 세운다.

 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추진된다. 홍천강변을 따라 해바라기와 야생화 꽃길을 조성하고 카약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추게 된다. 2016년 9월 준공 예정인 이 사업에는 국비 307억원이 투입된다. 지진수(38) 소매곡리 이장은 “악취가 없고 소득도 증대되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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