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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한국은 극동지역 최대 무역 파트너 … 러, 혜택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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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시아무역대표부는 매년 러시아 지방 비즈니스 대표단 설명회를 개최한다. 미하일 본다렌코 주한 러시아 무역 대표부 대표(왼쪽 첫 남성)가 참가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Press-Photo]

지금 러시아 시장에서는 6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통상협력이 아직도 가장 많이 발전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항공(MC-21), 우주비행(안가라 발사장), 수력발전 설비(수력 및 조력발전 터빈) 분야를 기대해 볼 만하다. 한국은 자체 생산되지 않는 일부 러시아 첨단 제품에 이미 관심을 보여왔고 미국이나 유럽 제품만큼이나 고가의 제품으로 여기고 있다. 물 정화 설비(워터필터), 분석기기(광도계·분광계), 광학제품 등이 그 예다.

농업부문 협력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강력분과 중력분을 생산하고 유전자 변형 콩도 재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 수출업자들은 수출품을 극동항에 공급하는데 미국서부 해안·호주·캐나다보다 훨씬 매력적인 가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재 전쟁’은 새로운 기회이자 위험=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통상관계를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2년 내 양국 간 직접투자액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1년 전 대외경제은행과 한국 수출입은행 간 공동 투자 금융 협력이 10억 달러 규모였는데 러시아 직접투자기금과 한국투자공사도 마찬가지로 1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체결했다. 올해 한국 수출입은행은 9월에 문을 열게 될 동북아기금설립 안을 내놓았고, 한국은 러시아가 여기에 참여해 주길 바라왔다.

한국 비즈니스계는 지금 러시아 시장에 나타난 빈틈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러시아에 등 돌리고 제재를 선언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된다. 제재를 택한다면 한국 자동차와 부품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대러 수출품의 절반 정도가 자동차와 부품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업과 기계생산업은 분위기가 좋다.

농산품 및 식품 분야에서 한국의 주요 대러 수출품은 무알코올 음료, 커피·제과·파스타·유아식·식용유 등이다. 러시아는 한국에 생선·버섯·해산물·채소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의 무역에서는 러시아가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로 인해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서 체결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계약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연해주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잠재력은 매우 높다. 대체로 한국 자본 비율이 100%인 최초 진출 기업들은 10여 년 전 연해주에 등장했고, 현재 17개 기업이 있다. [Press-Photo]

◆숨죽이고 기다리는 러시아 수입업자=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비원자재 수출 증가율 연 6% 달성이라는 과제를 세웠다. 그냥 평범한 과제가 아니다. 과제 해결을 위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문제는 한국기업과의 더 많은 공동 수입대체품 생산과 첨단제품 생산의 현지화다. 여기에서 관세동맹(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과 한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한국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 정치적 상황과 루블화 약세로 러시아 수입업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루블화 약세가 심해질수록 러시아 기업들은 한국 제품을 더 비싸게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 러시아 공장(투자액 5억 유로), LG전자 가전제품 생산공장(투자액 1억5000만 달러), 삼성전자 러시아 공장(투자액 1억 3700만 달러) 등과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 또는 시베리아, 극동지역에 위치한 여러 기업은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한국제품의 현지화 성공사례는 매우 많다. 예를 들면 러시아 사람들은 5성급 롯데호텔 모스크바(투자액 3억5000만 달러)의 서비스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롯데제과(투자액 1억 달러)가 생산하는 과자를 즐겨 먹는다.

한국은 농산품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가 제재받고 있는 품목의 수입을 대체할 만한 능력이 없다. 그러나 운송 및 물류 분야 협력은 가능하다. 북극항로 공동 개발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013년 9월 내빙선 ‘스테나 폴라리스(Stena Polaris)’가 우스트루가항에서 출항해 북극해를 지나 한국으로 화물을 운송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북극항로를 통한 운송이었다. 현대 글로비스가 우스트루가에 있는 러시아 가스생산업체인 노바텍의 가스 콘덴세이트를 가공해 얻은 나프타(가솔린) 4만여t을 싣고 북극해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화물은 10월 전남 광양항으로 운송돼 여천NCC에 전달됐다. 한국은 아직 40일 정도 소요되는 인도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하고 있다. 그러나 7000㎞나 단축이 가능한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25일 만에 운송이 가능하다.

북극항로뿐 아니라 북극 지역 전체가 개발됨에 따라 시추선을 비롯해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해 필요한 특수 선박 건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우조선해양이 50억 달러 상당의 쇄빙 유조선 16척 건조 입찰을 따낸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2013~2018년 북극 프로젝에 사용될 금속파이프에 대한 세계 시장에서의 수요가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그 수요가 매년 11%씩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금속파이프 시장인 미국은 해당 한국 기업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금속파이프 생산 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러시아다. 한국 금속 파이프의 대러 수출이 지금까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중요한 기회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속 파이프 수출 증가는 한국의 수출지역 다변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발전 국가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역할=한국은 대러 외국 투자의 6~7%를 차지하는 극동지역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아직은 한국 기업이 석유·가스 개발에 크게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비원자재의 경우엔 러시아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들이 한국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제품 생산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 한국이나 제3국에 수출될 러시아, 특히 극동지역 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양국 투자 협력에 있어 석유화학·가스화학·임가공·펄프 제지·생선 및 해산물 가공 등을 중요한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이제는 앞서 말한 이 분야들에서 한국과의 합작 기업 건설과 한국인 사업자들을 위한 혜택 제공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미하일 본다렌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하일 본다렌코 주한 러시아 무역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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