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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앙숙'에게 큰 도움 받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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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장인상을 치르면서 그동안 '갈등' 관계였던 같은 당 이윤석 의원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안 의원의 장인이자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부친인 고 김우현(80)씨는 지난 27일 밤 전남 여수시 덕충동의 한 산책로에서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둘째 딸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28일 새벽 별세했다.

안 의원은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급히 전남 여수로 향했다. 이때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인의 빈소 마련 등 장례절차 준비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밤늦은 시각이라 주 의원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안 의원 측은 이윤석(전남 무안·신안군)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연락을 받자마자 지역 보좌진과 친지 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안 의원 측에 차량을 제공하고 빈소를 차리는 데 도움을 주는 등 큰 힘을 보탰다. 이 의원 본인 역시 새벽 늦은 시각까지 잠을 자지 않고 안 의원 측과 전화통화를 하며 진행 상황을 챙겼다. 날이 밝자 곧장 고인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누구보다 어색한 관계였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의원총회에서 당시 공동대표였던 안 의원을 향해 “공천 파문에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라”고 소리치는 등 안 의원과 큰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이 ‘화해’를 하게 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안 의원과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과 인간적인 도리의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너무 당황하고 경황이 없는 와중에 이 의원이 큰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안 의원도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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