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터넷 실명제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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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무총리가 "사이버 세상에도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인터넷 실명제 도입방안을 밝혔다. 그는 "게임이나 자료 검색 등에서는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지만 남을 평가하거나 나쁜 말을 숨어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비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의 발언에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은 그 부작용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개똥녀'나 '중학교 왕따동영상' 사건의 경우 당사자의 얼굴이 인터넷에 공개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에 시달린 일부 피해자들은 목숨까지 끊기도 했다. 이쯤 되면 군중심리와 사적 처벌이 뒤범벅된 현대판 마녀사냥이 따로 없을 정도다.

실명제 도입에 일부 시민단체들과 인터넷 기업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모든 국민을 예비 범법자로 간주해 일상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위헌적 발상"이라거나 "실명제의 키가 되는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은 주민번호 대신 다른 방식의 개인 인증시스템을 개발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터넷의 자율적인 정화 노력에 기대를 걸어왔다. 몇 차례의 실명제 도입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네티즌들조차 실명제를 원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7~79%가 실명제 도입에 찬성했다. 반대하는 응답비율은 30%대 이하에 그쳤다.

이제 인터넷은 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된 세상이다. 그 유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서도 부작용과 역기능은 막아야 한다. 더 이상 인터넷이 흉기가 되어선 안 된다. 무제한의 자유방임은 항상 뒤끝이 좋지 못했던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