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분당인데 … 소형아파트는 힘 못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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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분당 집값이 올랐다고요. 저희 집은 딴판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17평형 아파트에 사는 양모씨. 2003년 9월에 빚을 내 집을 샀는데, 최근 팔려고 시세를 알아보니 산 값보다 1000만원 떨어져 있었다. 살 때 낸 세금과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바로 옆 단지의 30평대 이상은 수억원 올랐지만 양씨에겐 딴 세상 얘기로 들린다. 상반기 분당 신도시 중대형아파트는 급등했지만 20평형 미만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떨어졌다. 판교 신도시에서 넓은 평수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분양가도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30~60평형에만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 조사 결과 분당 집값은 상반기에 평균 22.9% 올랐으나 20평형 미만은 평균 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30평대가 22.7%, 40평대가 37.4%, 50평대 이상이 40~44% 뛴 것에 비하면 작은 평수는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텐커뮤니티 관계자는 "상반기 주택시장을 분당이 거의 이끌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당의 작은 평수는 같은 신도시 안에서도 철저히 소외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넓은 평수가 6개월간 2억~5억원 오르는 동안 집값이 되레 떨어진 소형 아파트도 있다. 분당구 매화마을 주공아파트 12평형은 지난해 말 1억25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억1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탑마을 주공8단지 15평형도 같은 기간 1억4500만원에서 1억3250만원으로 하락했다. 분당에서 40평대 이상의 집값이 가장 많이 뛴 시범단지의 경우 우성 17평형은 지난해 말 2억5000만원에서 현재 2억3250만원으로 떨어졌다. 분당의 11~19평형 아파트는 효자촌.양지.한솔.청솔.하얀.매화마을 등에 8674가구가 들어서 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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