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전지현세포, 장동건세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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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 뇌 속에 특정인에게만 반응하는 세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한 미국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미국 칼텍공대의 로드리고 치안 치로가 박사 연구팀은 최근 유명인사와 건물 등의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뇌세포들의 반응 여부를 살펴본 결과 각각의 사진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세포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한 사람의 뇌가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느냐는 신경과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대부분 과학자들은 한 사진을 볼 때 여러 뇌세포들이 마치 분담하듯이 이를 조각내 각각의 정보를 파악한 뒤 한곳에서 이를 모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반대로 뇌 속엔 일정한 사물을 파악할 수 있는 세포가 이미 정해져 있어 그 사물을 대했을 때 특별히 반응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소수 의견으로, 다른 학자들로부터 "그렇다면 뇌 속엔 할머니만 인식하는 '할머니 세포'도 있다는 것이냐"며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로 정말 '할머니 세포'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치로가 박사는 8명의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컴퓨터 화면을 통해 유명인사와 동물, 큰 빌딩 등 2000여 장의 사진을 1초씩 보여줬다. 관자놀이 부근 깊숙이 있는 한 뇌세포를 공통적으로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어떤 환자의 뇌세포는 유독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에만 반응했으며 또 다른 이의 세포는 인기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사진에만 자극을 받았다. 한편 이 세포는 그 남편인 브래드 피트의 사진엔 묵묵부답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최신 온라인뉴스를 통해 소개됐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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