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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조개의 눈물, 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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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독일의 장인이 바로크 진주로 만든 남자 인어상.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소장

진주는 인류가 일찍부터 사용해온 보석 중 하나다.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미용을 위해 식초에 진주를 녹여 마셨다는 전설로도 유명하다. 진주의 가치는 그 종류.색.형태.광택은 물론 진주층의 두께.크기.조화 등으로 결정된다. 진주는 살아 있는 조개가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탄산칼슘을 분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핵(모래나 조개껍데기 조각 등)이 저절로 들어간 것인지 인위적으로 넣은 것인지에 따라 천연진주와 양식진주로 나뉜다.

조개에서 분비된 탄산칼슘 결정이 겹겹이 쌓여 진주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양질의 양식진부는 0.5㎜ 두께의 진주층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약 1250개의 층이 쌓여야 한다.

진주의 신비한 색은 이 탄산칼슘 층에서의 빛의 간섭현상으로 생기는 것이다. 진주의 색은 분홍색, 백색.크림색.황금색과 흑색(청색) 등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이렇게 색이 달라지는 것은 탄산칼슘 결정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콘키올린)에 침착된 색소나 진주층이 형성되기 전의 핵에 축적된 유기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흑색을 제외하고는 앞에 나열한 순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타히티 섬의 흑접진주조개에서 채취한 어두운 색의 진주만을 흑진주로 간주한다.

진주는 원형(round)에 가까울수록 선호도가 높아 비싸진다. 불완전한 구형을 오프라운드(off-round), 불규칙한 형태를 바로크(baroque)라고 한다. 오프라운드와 바로크의 중간형태를 세미바로크라고 한다.

진주의 크기는 지름으로 나타내며 거래시 0.5㎜의 편차는 허용된다. 일정한 크기의 진주로 만든 목걸이를 유니폼(uniform)이라고 하며 길이가 다른 여러 겹의 진주줄로 만든 목걸이를 빕(Bib)이라 부른다.

역사상 유명한 진주로는 '순교자(la Peregrina)'라는 것이 있다. 파마나의 한 노예가 발견한 서양 배 모양의 203.84그레인 크기의 이 진주는 스페인의 필립 2세에게 바쳐졌으며 그는 이를 매리 왕비에게 결혼 선물로 주었다. 한때 나폴레옹의 소유물이기도 했던 이 보석은 나폴레옹 3세의 아들로부터 영국 귀족에게 팔렸으며 헨리 8세의 딸이 소유하기도 했다. 이 역사적 진주를 영국 배우 리처드 버튼이 1969년 3만7000달러에 구입해 리즈 테일러에게 선물했다. 리즈는 이 보석을 잃어 버릴 뻔했으나 애견의 입에서 찾았다고 한다.

문희수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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