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영화계 갈등, 좋은 영화 만들기로 모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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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타 권력'과 '제작 권력'이 충돌했다. 지난 23일 강우석 감독이 권력화된 스타를 비판하며 거명한 배우 최민식.송강호씨가 29일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제작사들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국 영화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미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의 감독상을 석권했으며 두 영화제 동시 수상이라는 드문 기록도 달성했다. 할리우드 영화도 한국 영화시장에서 성패를 가늠해 본다고 할 정도로 관객의 수준도 높다. 성공의 조건을 두루 갖춘 한국 영화가 황금기를 누리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영화계의 갈등이 최근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사실 영화산업은 화려한 외양과 달리 전반적으로 '속 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영화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2년 8%, 2003년 6%였으나 투자 제작사들은 2002년 -9.7%, 2003년 -8.8%로 손해를 거듭했다. 평균 제작비도 1996년 편당 10억원이던 것이 2004년에는 4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제작비가 가파르게 늘어난 2002년 이후 영화제작 편수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어서 제작비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초대형 스타들을 기용하며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개미군단이던 영화펀드가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와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영화계 모두의 공통 과제다. 스타와 매니지먼트사는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지, 제작사들은 투명한 회계처리와 스태프진에 공정한 대우를 하고 있는지, 자기점검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다행히 두 톱스타와 매니지먼트협회 준비위원회 측도 영화제작가협회의 결의에 일부 공감하는 만큼 이번 일을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새 틀을 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자기 떡만을 키우려 할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