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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 피아노·바이올린 듀오, 감동 두 배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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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말 듀오 무대에 선 클라라 주미 강(왼쪽)과 손열음. [사진 크레디아·A&A]

한 바이올린 독주회. 청중의 박수 속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반주자는 ‘그림자’처럼 뒤따라 나와 슬그머니 피아노 앞에 앉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사인에 따라 연주가 시작된다. 바이올린 독주회의 전형적 풍경이다.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는 연주를 보조한다.

 최근 이 같은 독주회 모습이 바뀌고 있다. 듀오 공연이 대세다. 피아니스트는 반주자가 아니고, 바이올리니스트와 동등한 역할을 한다. 공연 제목부터 다르다. ‘듀오 리사이틀’ ‘브람스 포 투(for Two)’ ‘익스트림 듀오’ ‘판타지 포 투’ 같은 타이틀을 쓴다. 예전의 ‘바이올린 독주회’와 똑같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더라도 제목을 달리 단다.

 이들의 무대는 독주회와 무엇이 다를까. 달라진 양상을 피아니스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최근 화제가 된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네 쌍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반주하라”=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25)은 “오히려 내가 피아노를 위해 반주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할 라벨 소나타 2악장 얘기다. 그는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특히 이 곡에서 청중 시선이 피아노로 훨씬 많이 갈 것”이라고도 했다.

 김영욱·김다솔은 3년 전에도 한 무대에 섰다. 당시에는 피아노 없이 바이올린만 연주하는 곡도 하나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주곡 선정부터 아예 피아니스트와 함께했다. 둘은 프로코피예프·라벨·드뷔시를 골랐다. 김영욱은 “이 작곡가들은 모두 피아니스트였다. 연주하다 보면 작곡가들이 본능적으로 피아노에 무게를 싣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함께 연주한 김수연(왼쪽)과 이진상. [사진 크레디아·A&A]

 ◆“함께 연주하자”=피아니스트 이진상(33)은 “7년 동안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7)을 쫓아다녔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7년 전 김수연의 연주를 보고 난 후 브람스 소나타를 함께 연주하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연히 기회가 왔다. 독일 뮌헨의 기차역에서 환승을 기다리다 만난 것이다. 이진상은 “한참을 붙들고 브람스 얘기를 해서 설득시켰고, 결국 함께 연주하게 됐다”고 했다. 둘은 지난해 독일, 지난달 서울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공연의 기획과 제안을 피아니스트가 한 셈이다.

 ◆“이건 원래 피아노 곡”=피아니스트 손열음(28)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의 원래 제목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라고 말했다. 베토벤의 소나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피아노의 비중이 크다. 손열음은 클라라 주미 강(27·바이올린)과 지난해 말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했다.

 이런 곡을 연주할 때면 연주자들은 서로 소리를 잘 듣고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대환씨는 “한국에 뛰어난 독주자는 많아도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드문데, 최근의 듀오 바람은 앙상블 실력의 탄탄한 기반이 될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듀오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왼쪽)과 피아니스트 지용. [사진 크레디아·A&A]

 ◆“피아노 독주도 한 곡”=피아니스트 지용(23)은 12월 8일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29)와 듀오 공연에서 독주곡을 연주한다. 팬을 이끌고 다니기로 유명한 연주자다. 듀오 무대에서 스타 피아니스트는 반주자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독주자로서 존재감도 과시하는 셈이다.

 스타 연주자들의 만남은 화제가 된다.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효과적이다. 주목받는 연주자들의 듀오 결성이 계속되는 이유다. 피아니스트 신수정(72)씨는 “공연이 획일적 스타일의 독주회에서 탈피해 다양해지는 좋은 신호”라고 봤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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