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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6.3% … 코스트코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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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2009년 원리금 변동형(DC형)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근로자 개인이 퇴직한 뒤 받을 연금을 직접 운용해 수익에 따라 연금을 수령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연금 운용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울 때도 이 회사의 연금 투자수익률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수익률 25.3%, 연평균 6.3%를 기록했다. 퇴직연금의 시장 평균 수익률(4.6%)보다 1.7%포인트 높다. 코스트코와 비슷한 규모의 유통업체인 A사는 같은 기간 연 0.9%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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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가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사내 퇴직연금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 덕분이다. 코스트코는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인사 담당, 재무 담당, 직원 대표가 모여 퇴직연금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수시로 상품과 사업자의 성과를 체크하고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된 컨설팅을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는다. 또 직원들이 컨설턴트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투자처를 조정토록 지원한다. 그래서인지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전체 적립금의 80%가량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됐으나 현재는 정반대다. 코스트코의 퇴직연금 운용을 컨설팅하고 있는 머서코리아 황규만 부사장은 “A사는 포트폴리오가 특정 상품에 편중되고 수익률이 떨어져도 직원에게 알리지 않았다. 코스트코는 분기별 상담부스 운영, 일대일 대면교육과 같은 소통을 통해 능동적으로 상품 비중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퇴직할 때 회사로부터 한꺼번에 받던 퇴직금이 사라지고 퇴직연금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의 자금 운용방식이 바뀌게 된다. 퇴직금은 회사를 떠나면서 받은 목돈을 굴려 노후에 대비하는 개념인 반면 퇴직연금은 재직 중 노후에 대비해 불려 나가는 것이어서다. 따라서 퇴직연금체계에서는 얼마나 수익률을 높이느냐가 관심사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3~5%대다. 본격적인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 이런 수익률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고 근로자 혼자 투자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돈을 굴렸다가 잘못되면 퇴직할 때 원금조차 깎이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 10명 가운데 7명은 원금(퇴직 시 받기로 예정된 퇴직금액)이 보장되는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원리금이 깎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퇴직연금을 재직 중 개인 책임하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DC형에 가입한 근로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직원들의 노후자금을 불려 주는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DB형을 도입한 기업도 있고, DC형을 채택한 회사도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회사가 근로자 개개인을 전문 투자자에 버금갈 정도로 교육시키고,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하거나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DC형 퇴직연금을 운용 중인 플라즈마트사는 2006년 퇴직연금을 도입한 뒤 누적수익률이 37.05%에 달한다. 이 회사 김호 부장은 “일부 직원은 수익률이 낮은 정기적금에 투자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펀드와 적금 등에 골고루 투자하면서 10% 넘는 수익률을 내는 직원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분기별로 퇴직연금 설명회를 열어 개인별 수익률을 리뷰하고 투자 성향에 맞는 운용방안을 찾아 준다.

 DC형만 이런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아니다. 삼육지관공업은 DB형을 채택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본격적으로 운용한 2010년부터 연평균 6.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원리금을 책임지는 DB형을 운용하고 있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씩 전체 교육을 실시하고, 분기별로 적립금 운용 현황과 시장 흐름과 같은 투자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1년에 1~2회 정도 투자처를 갈아탄다. 조한길 총무부장은 “올 들어선 분기별로 갈아타고 있다”며 “직원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훈련이 돼 있는 데다 컨설팅회사와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투자처를 정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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