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프랑크푸르트 간 한국 작가들의 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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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한 주 독일에 머물렀다. 한국문학 순회낭독회(리테라 투어.LiteraTour) 취재를 위해서였다.

'리테라 투어'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의 야심찬 기획 사업이다. 10월 본행사에 앞서 독일인들에게 한국문학을 맛뵈기 위한 사전작업. 3월부터 30여 도시에서 60여 차례의 낭독회.강연 등을 치렀고 한국작가 40여 명이 참가했다.

고은.황석영.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한국작가가 나섰지만 열띤 반응 같은 건 드물었다. 심지어 청중 예닐 곱명을 모아놓은 낭독회도 있었다. 당연히 국내 여론은 삐딱했다. 한국 대표작가를 데려다 이런 푸대접을 받게 하느냐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리테라 투어가 절실하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독일에서 한국문학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왜소했다. 한국은 그들에게 경제 강국일지는 몰라도, 문학에선 생경한 존재였다. 왜 조직위 황지우 총감독이 '대화와 스밈'을 강조했나 알 수 있었다. 창호지가 먹물 먹듯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지에서 알아낸 건 또 있다. 조직위 독일사무소의 직원 숫자다. 유학생 출신 넷이 힘겨이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 특히 현지 대사관은 보이지 않았다. 혹여 문화관광부 사업이라며 팔짱만 끼고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이 참에 관할 부처인 문화부도 아쉽다고 말한다. 문화부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낭독회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다. 독일어 문화권 국가가 한국작가를 초청했는데, 솔직히 초청만도 고마운 일인데 관할 부처는 덜미를 잡았다.

김우창 조직위원장은 최근 "악전고투"라고 털어놓았다. 외롭고 버거운 싸움 속에서 우리 작가들은 장돌뱅이 마냥 날마다 짐을 꾸리고 청중 30~40명 앞에 선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것도 고맙다" "기대보다 질문의 수준이 깊었다"며 애써 웃어보인다.

혹 잊은 건 아닌지 묻는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전세계에서 취재진만 1만2000명 몰려드는 당대 최고의 책 잔치다. 그 행사의 올해 주인공(Guest of Honour)이 우리나라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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