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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김재원의원 검찰비난 발언 전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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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북 군위, 의성, 청송 출신 국회의원인 김재원입니다.

저도 한때 검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였지만 요즘 '수사권조정' 문제와 관련하여 검찰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하여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참지 못하고 몇자 적어봅니다. 혹여 제가 쓸데없이 검사님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친정에 대한 애증이라 할까요 그런 마음에서 드리는 충정의 뜻으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리라 생각되어 감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 개인적으로 목하 전개되고 있는 수사권조정에 관한 논의에 대하여는 검찰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논의의 진행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보여주는 행태의 차이는 향후 검찰의 운명을 어디로 가름할지 모르는 상황임을 미리 밝혀두고자 합니다.

검사님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수사권조정 문제는 공론화되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그리고 경찰법의 수정으로 갈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논의의 종착점은 결국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결판이 날 것입니다. 그래서 국회는 싫든 좋든 수사권조정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최고의 결정기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아니 먼저 검사님들이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아마 제가 3년전 서울지검에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을 바라보았던 그 시각 그대로일 것입니다. '이놈들! 언제든지 교도소에 들어갈 놈들! 걸리기만 해 봐라.......' 뭐 그런 식이 아닐까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대로일 수가 있을까요? 그나마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한 애정은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는 기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느끼는 검찰은 '거만하기 짝이 없고, 억울함을 풀어주지도 못하면서, 사법권은 혼자 가지려는 욕심꾸러기 같은 존재'라는 느김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회의원들(검사출신들이 더 비판적입니다만)은 검사들에 대하여 출세와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폭력이나 교통사고 사건, 금전 거래에 관련된 사기 고소사건 같은 민생에 관련된 범죄는 건성으로 처리하면서, 선거범죄 사건이나 뇌물사건 같은 광나는 사건에 달려들어서는 수사력을 남용해가며 편파수사를 자행하는 불공정한 기관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런 믿음은 최근 박주선 전의원의 3차례에 걸친 무죄사건, 이인제의원 무죄사건 등에 이르러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박주선 전의원이나 이인제의원과 관련된 사건의 실체관계에 대하여는 아는 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3자가 느끼기에는 억울함이 없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옷로비 사건에 관련된 박주선 전의원과 김태정 전법무장관의 공소장과 대법원 판결문을 한번 읽어보십시오. 대법원 판결문에서 잘못된 부분이 한군데라도 있는지 말입니다. 그렇지만 검사님들은 사건이 터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직 법무장관이라도 구속해야한다는 판단이 서면 어거지로라도 구속해 오지 않았습니까? 어디 그런 일이 한두번입니까? 그분들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전직 검찰 최고 실세들도 이 지경인데 이 나라 힘없고 빽없는 백성들은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이런 인식이 계속 심어져 있는 한,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신병결정권을 독점하고 아울러 법원의 역할도 일정부분 손아귀에 쥐고 가겠다는 발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정도의 수사권조정논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닐까요?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개헌문제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인데,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의 주체가 검사로만 되어 있는 규정이 계속 이어질 수가 있을까요? 혹여 경찰에게도 영장청구권을 주기 위해 헌법의 영장청구의 주체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지금 수사의 주체 및 상명하복규정을 개정하려는 정도의 수사권조정 논의와는 비할 수 없는 정도의 대전환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검찰이 당장 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을 것입니다.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 운영방식은 앞으로 많는 뇌물사건을 무죄로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공여자가 말을 바꾸고 또 판사가 잘못 판단하는데 어쩌란 말이냐?'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뇌물을 받아먹은 더러운 놈들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삿대질을 해 댈지도 모릅니다.

저는 묻습니다. 대한민국에 검사들만 일을 합니까? 대한민국의 기강은 오직 검사들만이 잡아야 합니까? 뇌물공여자의 말 한마디만 있으면 조금 어설프더라도 반드시 사건을 해야 합니까? 넥타이 매고 잘난 사람은 반드시 포토라인에 세워서 망신을 주고 신문에 나가야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한 것이고 검사의 어깨가 으쓱해 집니까?

저는 차라리 어지간한 뇌물사건은 모두 불구속기소를 해 놓으면 현재와 같은 무죄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을 일단 검찰에 소환해서 카메라세례를 받게 한 후 영장을 쳐서 구속시키고 나면 그래서 9시 뉴스에 기사가 뜨고 신문에 보도가 되면, 윗분들에게 칭찬도 받고 운좋으면 수사비도 타고 그래서 밤새워 고생한 직원들과 '그간 수고했다'고 소폭이라도 한잔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수사가 제대로 됩니까? 기록이라도 제대로 읽어봅니까? 먹이를 찾는 맹수처럼 '이제는 또 어느 놈을 집어넣을까!' 슬슬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요......

검사가 수사를 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정의를 세우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 피의자를 법정에 세우고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하지요. 그런데 현재 검사가 수사를 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구속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그게 가당키나 한 것입니까?

어느 검사는 말합니다. 국민감정이 일단 나쁜 놈을 구속해야 이해를 한다고요. 저는 묻습니다. 언제 검사가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팽개치고 국민감정법으로 수사를 했습니까?

또 다른 검사가 말합니다. 일단 구속되었다가 풀려나서 재판을 받으나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 나중에 구속되나 처벌받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냐고요. 제가 다시 묻습니다. 어느 나라 법전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검사의 수사목적이 오로지 피의자의 구속에 있다 보니 법원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놓고 대혈전을 벌이다가 완패했고 이제는 경찰과 전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는 말합니다. 이번 싸움에서 검찰은 경찰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아직껏 검사들을 보다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권조정 문제를 놓고 긴 벌이는 긴 싸움의 끝에 검찰은 경찰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검찰이 가진 권한이 너무 크고 그 권한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인격과 인품 그리고 경륜을 갖춘 검사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사들은 반발할 것입니다.

근거가 뭐냐? 건방지게 당신이 뭔데 그런 막말을 함부로 하는가라고 말입니다. '저도 2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검찰에 드나들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대답입니다.

검찰이 수사권조정 문제에 대하여 이번에 보여준 태도는 극히 실망스럽습니다. 경찰이 한다고 해서 갑자기 아는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는지, 엊그제 저녁에는 전화를 수십통 받았습니다. 쫓기듯 사표를 내고 검찰을 빠져나온 이후 한번도 전화를 하지 않던 전국의 수많은 검사들이 어떻게 저의 휴대폰 번호를 알았는지(허기야 검사님이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바빠서 정신없는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야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 난리냐? 한번 봐주라.'

수사권조정 문제가 검사 얼굴을 보고 한번 봐 줄 문제입니까? 그게 통할 것 같습니까? 지역구 관할 지청장은 저를 한번 보자고 합니다. 코빼기도 안보인다는 말을 들은지 제법 되었습니다만 저는 소환당하는 기분입니다.

경찰은 현재 전국민을 상대로 수사권을 조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상당부분 먹혀들고 있습니다.

저는 묻습니다. 수사권조정에 대한 검찰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안된다는 것 외에 다른 내용은 없습니까? 왜 안 되는지 검사출신인 저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국회의원이 이해하겠습니까?

혹여 수사권은 나만 갖고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집어넣는 권한은 내손에만 있어야 한다.는 속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닙니까? 있으면 있다고 속시원히 알려주세요.

저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기소독점주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병지휘권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청구의 주체가 검사로 한정된 규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반면 경찰권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경찰권은 형사의 완력, 정보력, 물리력, 사실상의 강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면 경찰권은 법으로 아무리 제약해도 현재의 권한 이상으로 축소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권은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일정한 제한, 헌법상 영장청구의 주체에 대한 규정의 삭제로 형해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 일은 바로 입법권의 형성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인데, 입법권을 국회의원이 아무렇게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수사권조정의 정답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이제 지루한 저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검사님들. 검찰가족 여러분!

사람을 구속하는 일에 연연하지 맙시다. 엄정하게 수사해서 기소하는 것으로 만족합시다. 그리고 국민에게 진정 사랑받는 길이 무엇인가 한번쯤 생각해 봅시다. 경찰과 싸우는 모습 정말 유치하고 치졸해서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행복한 나라, 행복한 검찰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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