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부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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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도소나 구치소를 둘러싼 어두운 얘기는 어제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높고 붉은 담장 안에서 저질러지는 갖가지 부조리는 겉으로 외면되어 왔을 뿐 누구든 조금쯤은 아는 사실들이다.
금전만능이 교도소처럼 실감나게 통용되는 곳이 없다고 복역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말이다. 폭력배·강도등 흉악범들이 몰려있는 감방에 가지 않는 것도, 엉터리환자로 드러눕는 것도, 『이 편지를 갖고 가는 사람에게 얼마를 주라』고 이르는 이른바 「비둘기 날리기」도 돈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교도소의 비리는 그뿐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개과천선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범죄학교」란 불명예스런 말마저 들어왔다. 순간적인 잘못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이 도리어 「범죄전문가」가 되어 나오거나 「감방동기생」들끼리 새로운 범죄조직을 만들어 나오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런 고질적인 부조리를 뿌리뽑겠다고 갖은 묘안을 짜낸다. 감독·감시가 심할 때는 부정물품의 차입이나 부정외부연락이 주춤한다. 금년들어 첫 입소자에게 큰 위협이었던 이른바 「입거식」이 없어졌거나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는 들린다.
그러나 교도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이종원법무장관이 김품수수, 부정외부연락, 의무부조리 등 교도소안 3대부조리를 발본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면 법무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의 비리가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눈부시게 달라졌는데도 감방의 풍속도만은 구태의연한 채 도무지 변할줄을 모른다. 그 이유는 물론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감방의 환경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 교도소의 수용인원은 평당 2∼3명씩으로 평당 0.5명인 미국이나 0.7명인 일본에 비해 4∼5배나 과밀수용하고 있다.
그나마 초범과 전과자를 혼합수용 할 수밖에 없으니 「범죄학교」란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교도행정의 근본정신은 행형법 제1조대로 『수형자의 교정교화』에 있지만 이런 환경을 방치한 채로 그 목적을 이룩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58.6%에 이르는 높은 재범율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물론 교도관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있어야겠고 증원과 함께 그 질도 높여야 한다. 또한 직접 교화를 맡고있는 교무과직원이 한 교도소에 4, 5명에 불과한데 이같은 인원구성의부균형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한다.
교도관만큼 자기직업에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교도관이 명함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든지 교도관모집에 정원이 미달되었다는 말은 흔히 들어왔다.
교도관 역시 공무원인 이상 그들의 봉급만 올려줄 수 없겠지만 사실상 수형자들과 함께 감옥살이를 하는 특유한 직업적 성격에 비추어 복리후생시설이라도 많이 해주어 사기를 높여야할 것이다.
하지만 교도관들의 직업적 열등감을 깨끗이 씻어줄 만큼 획기적 대책이 설혹 마련된다해서 교도행정의 비리가 아주 없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교도행정전반에 걸친 개혁에 달려있다. 표면만을 보면 교도소안의 수형자는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영국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들 역시 이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교도행정을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투자도 해야하고 순화프로그램도 체계화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형편인데 범죄자 가두는데 돈 쓰게 되었느냐는 식의 생각을 책임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한 교도관들의 부조리척결을 포함, 교도행정의 현대화·합리화는 기약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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