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했다 열흘만에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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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임용계약서」와 함께 새 학기에 주18시간의 강의시간까지 배정 받은 교수가 재임용 계약서를 통고 받은지 10일만에 대학으로부터 다시「재임용탈락」통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희대(총장 안치열)는 지난2월 25일 교수재임용당시 이 학교 문리대화학과 박규창 교수(56·분석화학)에 대해 재임용계약을 맺고『82년3월1일부터 86년2학기말까지 5년간 교수로 임용한다』는 내용의 총장명의로 된「재임용계약서」를 전달했다.
경희대는 이 재임용계약서에서 『총장 안치열은 본 계약에 따라 해당 호봉 분에 의한 보수를 지급할 것이며 교육공무원법과 경희대 교원인사규정에 따라 그 신분을 보장한다』고 못박아 놓았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새 학기에 주18시간의 강의까지 배정 받았다.
경희대는 그러나 재임용 10일 만인 지난 10일『귀 교수는 재임용에서 제외됐다. 귀 교수와 체결한 임용계약서는 행정 착오였다』는 내용의 「교수재임용에 관한 통보」를 총장명의로 다시 보내 탈락사실을 통고했다.
이 같은 사실을 통고 받은 박 교수는『시간표를 짜고 강의까지 배정하면서「행정착오」 란 납득할 수 없다』고 일방적인 재임용취소 통고에 강경히 항의했다. 그러나 학교측은『82년8월부로 자퇴서를 쓰면 보너스 없는 전임대우를 하겠다』고 했다가 박 교수가 이에도 불응하자『1년의 여유를 주겠다. 이에 불응하면 다시 문교부에 재임용 탈락보고를 하겠다』면서 협박 조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경희대에서는 올해 재임용과정에서 탈락교수가 1명도 없었고, 따라서「행정착오」는 있을 수 없으며 재임용계약서를 발급해놓고 학기가 시작된 지금 와서 자퇴를 강요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박 교수는『재임용 계약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탈락통고를 하면서 사표를 강요하는 것은 총장자신이 본인에 대한 개인감정을 면직으로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 『재임용 계약서를 받은 교수가 총장의 기분에 따라 수시로 면직될 수 있다면 어떻게 안심하고 교직에 전념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학교측은 1년까지 여유를 줄 테니 임용계약서를 반환해 달라고 달래면서 재임용 탈락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것으로 위협, 본인의 30년간의 교수로서의 명예를 일시에 더럽히고 일생을 망치게 하려 한다』고 학교측의 처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기획위원 김진학 교수는『박 교수가 작년 7월3일 실험용 시약 86만원 어치를 구입한다며 세금계산서까지 내놓고도 물건을 들여오지 않는 등 화학기재 구입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징계위에 회부됐다고 이번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이 결정됐었다.
다만 이번 재임용 대상자 1백91명에게 재임용계약서를 일괄적으로 보내면서 탈락이 결정된 박 교수에게도 재임용계약서가 잘못 보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원서 진상 조사>
한편 대한교련은 이 사건에 관한 박 교수의 진정을 받고 19일 긴급 진상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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