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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어린이 빠져 숨져|유아원 놀이터 뚜껑열린 정화조 방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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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수원=정강영 기자】부모들이 안심하고 철부지들을 맡기는 유아원에서 두 살짜리 어린이가 정화조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17일 하오4시10분쯤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533의101 파정유아원(원장 윤옥자·38·여) 어린이 놀이터에서 놀던 오선종씨(33·상업·형자동534의지)의2남 태용군(2)이 놀이터 한 구석에 방치된 깊이2m가량의 정화조에 빠졌으나 현장에 어린이들을 돌봐야할 보모나 관리자가없어 구조가 늦어지는 바람에 뒤늦게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당시 동네어린이 7∼8명이 70여평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으나 대부분이 5세이하의 유아들이어서 태용군이 빠지는 것을 보고도 멍하게 쳐다보기만 했고, 함께 놀던 형태이군(5)만이 발을 동동 구르다 유아원에서 30m쯤 떨어진 집으로 달려가 마침 집에 있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태용군 부모가 현장에 도착 했을때는 태용군이 오물속에 깊이 들어있어 보이지 않았고 막대기로 저어보고서야 태용군을 발견, 건져냈다. 이때 태용군은 이미 숨이 끊긴 상태여서 인공호흡을 시키고 유아원 사무실에 소리쳐 원장과 보모를 불러내 대기중인 유아원 자가용승용차에 태워 5백m쯤 떨어진 병원으로 옮겼다.
태용군은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4시간만인 이날하오9시쯤 숨졌다.
태용군이 빠진 정화조는 분뇨가 거의 가득차 있었으며 평소 얇은 철판(두께5mm)로 된 뚜껑(무게2·5kg정도)으로 입구(지름45cm·둘레1백45cm)를 막아두었으나 뚜껑이 너무 가벼운데다 뚜껑 중앙에 손잡이 고리가 달려있어 웬만큼 큰 어린이들도 쉽게 열 수 있게 돼있다.
유아원장 윤씨는 지난해6월 정화조 시설을 한 후 그동안 계속 뚜껑에 자갈과 흙을 쌓아 놓았는데 지난16일 동사무소에서 봄맞이 환경정리를 하라고 해 이날 자갈과 흙을 치우고 큰
돌을 올려 놓았다며 어린이들이 열어놓은 정화조에 태용군이 실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용군의 아버지 오씨는 뚜껑위에 돌더미를 올려놓았다면 2∼5세밖에 안 된 어린이들이 무거운 뚜껑을 쉽게 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숨진 태용군은 아버지 오씨의 2남중 둘째로 집 근처에 놀 곳이 없어 유일한 동네 놀이터인 이곳에 형을 따라 놀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아버지 오씨는 이동네에서 잡화상을 경영, 월수입 15만여원으로 4식구가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파정유아윈은 원장 윤씨가 지난해 5월 대지 1백40평에 건평 65평짜리 단층건물을 짓고 문을 열었으며 지난5일 5세이하의 유치부원아 80명을 모집, 운영중이다.
이 유아원에는 원장 윤씨외에 보모는 2명 뿐으로 한 명이 40명의 유아들을 맡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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