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치아는 우리에게 맡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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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치과병원 김경환 원장이 대구 남구보건소 구강보건센터에서 치위생사들과 함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지난 23일 오전 대구 남구보건소 1층 구강보건센터. 충치 치료를 받던 민규(9)가 아픈 듯 발버둥을 치자 미르치과 의사 김경환(40)씨가 달랜다. 그러나 민규는 신음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민규 어머니 이모(39)씨와 치과 직원 이상원(32)씨, 치위생사 등이 달라붙어 민규의 다리.어깨 등을 꼼짝 못하게 한다.

20여분 만에 치료를 마친 김씨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민규는 뇌성마비로 말을 못하고 걷거나 앉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아. 그는 치료 뒤 어머니 품에 안겼다가 한참 만에 "아 으"하며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 이씨는 "일반 치과에 가면 너무 힘든데, 여기는 시간 제한이 없고 친절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말을 못해 충치 7개가 생긴 것을 뒤늦게 발견한 민규는 두 달째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다.

치과의사 김씨가 남구보건소서 무료 치료를 시작한 것은 올해. 같은 치과 조창식(40)씨 등 두 명이 2004년 4월부터 벌인 활동을 이어받은 것이다. 김씨는 매주 목요일 오전 여기서 장애아.고아.소년소녀가장 등 10여명을 치료한다. 조씨는 이제 자리를 옮겨 더불어복지재단(남구 대명동)에서 봉사 중이다.

미르치과는 치료에 필요한 약품.재료를 지원하고, 치위생사 2~3명을 보내 준다. 박광범(45) 대표원장이 배려한 때문이다. 한마음연합치과(달서구 이곡동) 의사 이기호(40)씨도 지난해 4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남구보건소에서 봉사하고 있다.

이기호씨는 "치과 치료가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에겐 꼭 필요하다"며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경북대 치과대 동기(85학번). 김.조씨는 1996년 울산서 함께 개업, 2002년까지 장애인학교.보건소(울산동구)서 매주 토요일 교대로 봉사했던 단짝이다. 조씨는 "소문낼 일이 아니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가끔 만나는 이들은 대구서 봉사할 곳을 찾다가 김씨와 일한 적이 있는 남구보건소 최순례(40.치위생사)씨의 주선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치료 대상자 연락 업무를 맡은 최씨는 "이들은 장애아 치료라면 어디든 달려갈 삼총사"라고 자랑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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