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남 집값 폭등에도 "정책은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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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부총리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만 치솟을 뿐이고 다른 대부분 지역의 소형 아파트 가격은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 상당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무슨 궤변인가. 그동안 정부가 30여 차례나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오히려 강북이나 시골 집을 먼저 내놓는 통에 서민 집값만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것은 당연히 빈부 격차의 확대로 표현해야지 부동산 대책의 효과라고 우기는 자화자찬은 듣기 민망하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결코 없다"는 청와대 정책위원장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 들어 좌파정책이라는 비난까지 받은 부동산 보유세는 올해 0.15%에서 2013년 0.5%로 오르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자율만 0.25%씩 무려 네 차례나 인하했다. 여기에다 지난 2년간 수도권에만 대형 개발에 따른 16조원 이상의 토지보상비가 풀렸다. 각종 설익은 개발계획의 남발로 땅값이 너무 올라 건교부가 도로공사를 위한 토지보상비만 두 배나 올려 달라고 하지 않는가. 이 정도의 저금리에 이만큼의 마구잡이 개발이라면 사상 최대의 토건형 경기 부양이라고 불러야 옳다.

노무현 정권은 대선 과정에서 연평균 7%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2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남은 2년 반 동안 어떻게 해도 이 공약은 지키기 어렵게 돼 버렸다. 5%였던 잠재성장률마저 3%로 떨어진 게 아니냐고 전문가들이 우려할 정도다. 고유가나 환율 등 똑같은 외부 환경에서도 유독 한국 경제만 죽을 쑤고 있다.

문제를 풀려면 결과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우선이다. 부끄러운 결과를 호도하기 위한 말장난은 금물이다. 이 정부에서 가장 부족한 것으로 능력과 신뢰가 꼽힌다. 되풀이되는 말장난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부의 능력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만 깊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