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교사 퇴출 제도 올해 시행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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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이 부족한 교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부적격 교사 퇴출 프로그램이 조만간 가동된다. 정부와 교원단체.학부모단체들이 24일 연내에 부적격 교사 퇴출 방안을 마련해 시행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성범죄, 성적 조작이나 금품 비리 등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비리(문제)교사'를 대상으로 했다. 수업.학생지도 능력이 부족한 '무능력 교사'는 일단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실효성 없는 현행 교사 징계제도가 수술대에 올려진다는 점에서 부적격 교사 퇴출 논의가 급진전하게 됐다. 교육계에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공교육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지탄의 대상인 무능력 교사의 퇴출이 시급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워낙 거세다"며 "무능력 교사 퇴출 방안이 제도화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합의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한국교총.전교조.한교조 등 교원 3단체장,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 대표가 참여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 첫 회의에서 나왔다.

?비리 교사 퇴출 합의=특별협의회는 이날 공동발표문을 통해 "부적격 교원에 대한 대책은 우선적으로 교육부에서 별도의 방안을 마련, 연내에 시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부적격 교사의 범위를 확대하면 논의가 비효율적이 될 수 있어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사와 비리 교사로 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원단체들도 비리 교사 퇴출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은 "비리 부정 교사에 대해서는 어느 단체보다 앞장서 퇴출운동을 벌여왔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교사징계위원회 구성에 학부모들이 배제되고 징계위 회부 재량이 인사권자에게 있는 현행 교사 징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기로 했다. 예컨대 교육청 단위로 전문가.시민단체.학부모가 참여하는 부적격 교사 심사위원회를 만들어 비리 사실 조사와 본인 청문,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인사권자에게 징계를 권고하는 등 징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무능력 교사' 퇴출 요구=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교사 평가를 통해 무능력 교사를 판별한 뒤 연수.재교육 과정을 거쳐 퇴출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능력 부족 교사에 대한 판별과 그에 따른 적합한 재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교원 평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부적격 교사 문제의 해결임에도 현재 상황은 교사의 반발을 무마하느라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부적격 교사 퇴출 합의는 무능력 교사가 대상에서 빠져 있고 교원평가제와 분리해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어서 자칫 교원평가제 논의가 힘을 잃고 지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가를 통해 무능력 교사를 걸러내자는 게 학부모 등이 요구하는 교원평가제의 핵심 중 하나인데 이를 빼고 논의하자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남중.최현철 기자

외국서는 어떻게
미·일 재교육 기회 준 뒤 퇴출 결정

각국은 부적격 교사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2001년 교사평가제를 도입한 뒤 전문지식이나 학생지도 능력, 학급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를 걸러내 연수를 받게 하고 있다. 연수를 마치고 합격하면 학교로 돌아가지만, 불합격되면 1년간의 재교육 후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연수를 받는 동안 봉급은 삭감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교육청의 신임교사는 처음 3년 동안 매년 평가를 받고 재계약한다.

일반 교사들은 3년마다 교사 직무와 관련한 22개 항목에 대해 평가받는다. 평가 결과에 따라 ▶재임용▶조건부 재임용▶재임용 탈락 등이 결정되며 '조건부 재임용' 등급을 받은 교사는 1년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1년 뒤 나아진 것이 없을 경우 교단을 떠나야 한다.

중국 최고의 공립 명문인 베이징 4중의 경우 교사들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성적이 나쁜 교사는 더 이상 교편을 잡을 수 없다. 이 학교에서는 전체 교사 120명 중 많을 때는 한 해 4~5명이 평가를 통해 퇴출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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