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좋은 통역사는 만물박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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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전엔 '통역사는 타고난다'고들 했어요. 하지만 '통역사는 만들어진다'는 게 최근의 정설이죠. 태어나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집과 학교에서 받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좋은 통역사가 될 재목이 길러지는 겁니다."

24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통.번역 관련 국제학술대회(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한국문학번역원 주최)에 참석한 바바라 모저(55) 제네바통번역대학원 통역원장. 그는 30여 년간 각종 유엔 행사의 통역을 맡는 등 통역사로서 활발하게 일한 동시에, 통역학을 독자적인 학문 영역으로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제네바로 옮기기 전엔 미국의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두 학교는 파리통역번역대학원과 함께 세계 3대 통번역대학원으로 꼽힌다.

독일 태생으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에서 국제회의 통역과 심리학을 전공한 모저 원장은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통역한다. 또 전문적으로 통역할 수준은 아니지만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도 수준급이고, 재미삼아 일본어를 배우기도 한 '언어의 달인'이다. "당신 정도면 '타고난 통역사'아니냐"고 하자, 그는 "좋은 조건을 갖고 태어난 것 같긴 하다. 통역 외에도 평소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능한 편"이라며 웃었다.

모저 원장은 "좋은 통역사는 만물박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만사에 관심과 흥미를 느껴야 하고, 끊임없이 신문.뉴스.전문지 등을 보며 상식을 넓혀야 해요. 첨단 분야를 다루는 일이 많은 만큼 우리 스스로 첨단에 서 있어야 하죠."

그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일하는 남편과 4남매를 두고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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