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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논술책] 매 맞는 아이들 외면하면 안되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살려 주세요, 제발!' 민철이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제까지 맞을 때마다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해도 아버지는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노폭크 지방에서 파란 리본 달기 운동이 벌어졌다. 파란색은 어른한테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자국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이 운동이 벌어진 계기는 세 살짜리 손자가 어른한테 맞아 죽자, 그 할머니가 자동차 안테나에 파란 리본을 달고 다니면서 주위로 점점 확산되었다.

'파란 리본'(이중현 지음, 김미혜 그림, 한겨레아이들)은 바로 어른한테 학대받는 아이 민철이 이야기다. 달동네에 사는 민철이는 주정꾼 아버지에게 걸핏하면 매를 맞아서 늘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그래도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희망을 안고, 언제나 단란한 가정과 자상한 아버지를 꿈꾼다.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은 날로 심해 가고, 결국은 어린 동생과 함께 가출을 하게 된다. 막상 집을 나오지만 바깥 세상에서는 더 많은 폭력이 이 어린 형제들에게 저질러지고, 결국 민철이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경찰서였다. 경찰 아저씨는 민철이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듣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보호소에 맡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유교적 사고 방식은, 가족들 간에 저질러지는 폭력을 목격하고도 남의 집안 일이라며 애써 외면해 버린다. 무엇보다도 부모한테서 매를 맞는 아이들은 어디에 호소를 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 폭력을 고스란히 당한다. 부모 역시 아이들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한다는 생각이 짙다. 그러나 아이도 엄연히 한 인간으로써, 한 인격체로써 존중받으며 사랑받고 자랄 권리가 있다. 그건 영혼과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난 권리이다.

여기서 두 가지 생각해 볼 점은, 과연 아이를 보호해 주는 시설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를 낳아 준 아버지 품에서 살아야 할까.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품에서 자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모가 폭력적이라면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게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을까?

김정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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