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신풍운동」세미나 |종파초월… 믿음의 공동체 형성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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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톨릭과 개신교가 자리를 함께해 『21세기를 향한 한국교회의 선교적 비전과 과제』를 논의했다. 가톨릭의 김수환추기경이 주제강사로 나서고 개신교의 소장목사들이 범교파적으로 참여한 「한국기독교신풍운동」창립12주년세미나(11일·서울수유동아카데미하우스)는 같은 기독교인이면서도 교파가 다르면 서로 적대시하는 분파주의의 한국기독교 현실에 소망스러운 교회일치의 서광을 비추는 것 같아 한층 돋보였다.
안으로는 교회혁신과 밖으로는 세계복음화의 사명을 다짐하고 나선 젊은 기독교인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 신풍운동회가 오늘의 교회현실을 솔직히 비판하면서 한국기독교의 중대과제인 교회공동체성취, 한국적 신학형성, 교회윤리확립, 교회가치관의 정립방향등을 폭넓게 모색했다.
「다음 세기를 향한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는 세계를 향해 열린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교회와 교역자는 무엇보다 하느님의 역사이며 인류역사의 돌이킬수 없는 진전인 인간다움을 찾으려는 인간해방의 열망에 참되게 응답해야 한다.』
김수환추기경은 세미나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한국교회의 선교비전을 제시하고 『교역자와 교회가 대오각성하는 뼈아픈 교회정신의 절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기업화, 팽창주의, 이기주의 경향을 통렬히 비판했다.
오늘의 한국기독교 현실은 교회가 사회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바로 잡아주기 보다는 오염된사회 가치관에 물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대형화나 기업화, 교역자의 명예추구와 권세선망등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
따라서 교회의 사회에 대한 소금과 누룩의 역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게 솔직한 현실로 고백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기독교의 황금시장으로 마치 점포문만 열면 장사가 되듯 교회간판만 달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과함께 한국교회는 이러한 황금의 선교기회를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선포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교역자의 부나 축재를 위한 호기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한국의 교회나 교역자는 그리스도가 물려준 수난과 부활의 길을 따르는 것만이 바람직한 선교역점이며 이를위한 교회의 한국적 토착화, 교회갱신, 교회일치, 종교간의 대화, 사회구원의 하느님선교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적 통일의 비전을 투시하면서 평화의 신학, 부활의 신학을 정립하고 투쟁적 교회로서 보다는 협력과 회생의 고귀한 가치를 지향하는 교회상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민경배교수(연세대)가 제시한 한국교회의 역사적 비전이다.
민교수는 교회의 현존이란 바로 민족사안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 명석한 판단과 경륜에 따라 여러 활동의 다양성을 선의로 긍정하고 포괄적 일치운동을 통한 교회성장을 이룩해 나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는 지금까지 일제등에 항거한 수난과 저항으로 이해돼 온 민족교회로서의 기독론이나 신론의 시대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원박사(한신대 학장)는 『한국교회의 성령운동과 교회성숙론』이라는 발제강연에서 성령운동을 통한 교회의 성장이 파생시킨 문제점들을 올바로 파악, 극복할 때 앞으로의 한국교회가 교회답게 성숙될수 있다고 전제하고 개인주의 신앙의 극복을 우선 과제로 제기했다.
신복신앙 풍토와 맹신의 강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있는 개인주의 신앙은 빗나간 성령체험이나 주술신앙으로까지 오도되고 있으며 신앙의 사유화, 은총의 사유화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교회주의목회, 개구파주의 선교, 개민족추의 선민의식도 한국교회안에서 시급히 불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회가 곧 「반공」이고 「항일」이라는 도식화나 「민족복음화」「민족제안」등의 이름을 내건 신앙운동은 범세계주의 시대조류를 역행하는 것으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성숙은 단세포적인 개인중심의 이기주의을 극복하고 전인적이며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한국적 신학형성은 아직도 「한국의 얼」을 정확히 무상시키지 못한채 뚜렷한 정립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종성박사(장로교신학대학장)는 강자의존 경향이 뚜렷한 한국종교 풍토는 고려 불교, 조선조 유교, 해방후 기독교의 과정을 밟고 있는데 기독교가 들어온지 한세기가 지나도록 이렇다할 한국적 신학을 정립하지 못한 점은 깊이 반성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적 상황과 일정한 관계를 갖는 기독교 신학속의 한국적 신학정립은 한국기독교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일치의 문제는 첫째 대정부·대사회의 창구를 하나로 하고, 둘째 선교운동이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이밖에 교파신학의 지양, 신학교육의 철저화도 교회일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신학의 형성과 교회일치운동의 과제는 기독교신학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 성서적이고 복음적인 한국신학을 정립하고 이같은 신학의 기초위에서 교회일치운동을 결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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