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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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밤길을 가다가 갑자기 괴한을 만난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얼굴이 하얘지면서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듯이 뛴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원초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사람의 몸 속에는 어느 기관이나 동시에 풀로 가동할 수 있는 양의 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할 때는 피가 머리 쪽에, 식사 후는 위장에 주로 모이게 된다.
사람도 동물이므로 위기를 만났을 때 피는 손·발에 모여 격투를 벌이거나 달아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얼굴의 피가 사지로 보충되기 때문에 얼굴은 하얘지고 또 더 많은 피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고속으로 박동을 하게된다.
이렇게 우리 몸이 위기나 휴식 때 그 상태에 맞춰 가동되도록 조절해 주는 것이 자율신경계다. 인체는 눈·입·손·발을 움직이는 등 자신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신경계 이외에 자율신경계란 또 하나의 자동장치를 갖고있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내장관계를 통제한다. 내장의 움직임까지도 대뇌에서 일일이 지시하면 뇌가 너무 복잡할 뿐 아니라 자칫 잊어버려 심한 운동을 하면서도 심장을 늦게 뛰도록 하는 경우가 생기면 위험하므로 내장계통은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심장을 멎게 해 자살을 한다든지, 일단 먹은 음식을 소화가 되지 않도록 해 자살할 수 없는 것은 다 자율신경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계는 밟으면 밟을수록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가속기 같은 역할을 맡는다. 가정으로 생각하면 동적으로 움직이는 아버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가속기만을 밟고있으면 자동차가 충돌하듯이 교감신경만이 계속 가동되면 몸은 피로를 감당치 못해 파멸된다.
따라서 브레이크의 역할이 필요한데 부 교감 신경계가 이것을 맡고있다. 괴한을 만났다가 별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났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서 온몸의 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이것은 부교감 신경의 작용 때문이다. 가정에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과격한 독주에 적당히 제동을 가해 가정의 화목을 유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율신경계의 교감과 부 교감 신경계는 한쪽이 나설 때 한쪽이 수그러지는 등 사이좋게 조화을 이루며 인체라는 생명체를 유지시켜 나가는데 자율신경계도 뇌 속의 호르몬 등 화학물질분비에 따라 작용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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