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들 '사직구장 천연잔디로 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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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악명높은 사직구장의 인조잔디가 교체된다. 부산시측은 22일 올시즌 뒤 사직구장의 노후된 인조잔디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직구장의 인조잔디는 '사직카페트'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악명을 떨쳐왔다. 그라운드가 닳으면서 아스팔트처럼 딱딱해지다보니 선수들은 무릎이나 발목, 허리 등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또 선수들이 슬라이딩이라도 할 경우 화상을 입기 십상이었다. 지난 18일 LG와의 경기에서도 롯데 중견수 정수근이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처리하다 인조잔디에 얼굴이 쓸려 입술밑에 화상을 입어야 했다. 게다가 정수근은 넘어지면서 그대로 충격을 입고 7회에 교체돼야 했다. 오죽하면 정수근과 관중들이 그날 경기를 관람하러 온 부산시장에게 "잔디 좀 바꿔달라"고 한목소리로 사정을 했을까. 그런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잔디를 교체한다는 방침이 세워진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롯데 구단 역시 부산시의 이같은 방침에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교체 방침을 확정한 부산시측은 아직 천연잔디와 인조잔디 중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측은 인조잔디가 시설비가 비싼 대신 유지보수가 용이한 반면 천연잔디는 유지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 구단과 부산팬들은 당연히 사직구장에 천연잔디가 깔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롯데 구단은 "부상위험이 적은 천연잔디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고 롯데의 주요 서포터스 단체 역시 "선수들이 딱딱하고 부상위험이 높은 인조잔디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천연잔디의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야구의 추세 역시 천연잔디로 가는 상황이다. 당초 인조잔디는 실내 돔구장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찾아낸 고육지책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60년대 휴스턴 애스트로돔의 등장하면서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인조잔디도 함께 붐을 이룬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인조잔디 구장은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다. 최근 새로 지어지는 구장들은 천연잔디를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처럼 이뤄지고 있다. 이미 시너지필드나 베테랑스스타디움 등 대표적인 인조잔디 구장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남아있는 인조잔디 구장들은 메트로돔이나 트로피카나필드 처럼 천연잔디가 자라는 것이 불가능한 실내돔 정도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이들 구장들 역시 선수들과 팬들의 불만을 엄청나게 받고 있어 구장 신축 압박이 심하다. 물론 최근 인조잔디의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서정원이 활약중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EM슈타디온의 경우 FIFA가 공인한 인조잔디를 사용하고 있고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이 열린 북한의 김일성경기장 역시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뛰는 선수들 입장에서 인조잔디가 아무리 좋다한들 천연잔디를 따를수는 없다. 더구나 축구와 달리 야구는 경기가 훨씬 자주 열려 인조잔디의 손상도 그만큼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기존 사직구장의 경우 2002부산아시안게임때 인조잔디를 새로 깔았지만 불과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만큼 효율성면에서도 떨어진다는 의미. 무엇보다 천연잔디로 바꿈으로써 선수들은 더욱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또 팬들 입장에서도 더욱 쾌적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입장수익의 24%를 해당 지자체에 구장사용료로 내는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사직구장의 관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부산시의 수입도 증가함을 의미한다. 부산 정도 되는 대도시가 도시의 자랑이 될 만한 야구장을 갖기는 커녕 인조잔디 때문에 악명 높은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부산시로선 롯데 구단은 물론 부산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조잔디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부산 사직구장의 전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석무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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