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5역' 카PC가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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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산은 카PC 전문 메이커다. 지난달 처음으로 '인필'을 출시했다. 시장 반응이 너무 좋다. 한 달 만에 무려 300대 정도가 팔렸다. 회사 관계자들조차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올 매출목표를 11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카PC가 뜨고 있다. 차량 인테리어 산업은 지금껏 주로 카오디오가 장악해 왔다. 2~3년 전부터 이를 카AV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들 시장을 카PC가 대체하고 나선 것이다. 카PC는 차량에 장착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PC다. 기능과 사용법은 일반 PC와 동일하다. 카PC는 MS의 윈도우를 운영체제로 채택, 기존의 오토PC와는 구별되며, 오토PC보다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맥산의 관계자는 "카PC로 카AV와 내비게이션의 모든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AV.내비게이션 시장의 수요가 카PC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PC 제조업체 나센의 신재원 사장은 "PC부품의 가격하락으로 카PC 가격도 저렴해져 카AV 수준으로 내려갔다. 레저 확산으로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어 카PC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카PC족(族)'이라는 마니아도 생겨났다. 카PC족들은 PC포카(www.pc4car.com), 카PC매니아(www.carpcmania.com) 등 인터넷을 통해 전국 지역마다 동호회를 만들고 공동구매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카PC는 노트북보다 작은 편이다. 가로 17.5㎝, 세로 19.5㎝, 높이 5㎝ 정도로 카오디오만하다. 승용차의 대시보드에 있는 카오디오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장착한다. LCD 모니터는 평소에는 대시보드 속에 있다가 사용할 때만 슬라이딩 방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거추장스럽지 않다.

맥산의 서진우 팀장은 "카PC의 디자인이 유려하기 때문에 차량용 AV시스템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차 내부 인테리어와 아주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제품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40만~230만 원대까지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어떤 부품과 주변기기를 사용하느냐, 일체형이냐 조립키트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터치스크린이 가능한 LCD 모니터는 30만~70만원이다. 주변기기는 사용목적에 맞춰 별도 구매하면 된다.

GPS수신기가 10만 원대, 방수되는 후방카메라는 6만 원대, 적외선 리모컨이 5만 원대이다. 보통 모니터를 터치스크린용으로 만들 수 있는 별도 키트도 판매한다. 6만 원대부터 있다. 카PC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네스팟 스윙에 가입하거나 각 이동통신회사의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정액제로 가입하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카PC에는 운전시에도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기능과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음성명령 기능, 텍스트를 소리내 읽어주는 TTS(Text-to-Speech) 기능 등이 추가돼 있다.

또 뒷좌석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키보드와 무선리모컨 기능, 주차를 위한 후방카메라 기능 등도 있다. 1대의 카PC에 2대의 모니터를 연결하는 듀얼모니터 기능도 있어 앞좌석에서는 인터넷을, 뒷좌석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다.

오토칸의 이재헌 실장은 "진동과 발열에 강하게 제작됐기 때문에 차량 이동 중에도 고장이 없다. 하드디스크와 DVD는 노트북용을, CPU는 발열이 적은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전원은 DC 11~15V로 불안정하고, 노이즈가 있을 수 있어 PC에 치명적인 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정전압 컨버터나 220V 인버터를 사용하면 카PC에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여 개 카PC 전문 메이커가 있다. 맥산(www.infill.co.kr)을 비롯해 나센(www.nacen.co.kr), 오토칸(www.autocan.com), 1딘피씨(www.1din.net) 등이다. 카PC족을 위해 카PC DIY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니어샵(www.jiniershop.com), 피씨로드(www.pcroad.co.kr), 카PC라이프(www.carpclife.com) 등에서 각종 제품정보와 장착경험기 등을 볼 수 있다.

업체의 관계자는 "카PC의 하드웨어적인 기술개발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환경이다. 이동 중에도 초고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과 운전자의 손과 눈을 자유롭게 해줄 완벽한 음성인식 기술만 된다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상용화될 와이브로(휴대인터넷)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말했다.

카PC의 텔레매틱스 기술은 '복합형'이어서 21세기 IT산업의 메가트렌드인 컨버전스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차안의 유비쿼터스를 이루기 위한 필수장치이기도 하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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