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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축구 본고장 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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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이 22일 출국전 배웅나온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

박지성(24)이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섰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은 지 15년 만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 작았던 꼬마가 '산소통' 별명의 엄청난 터프가이가 돼 23일 새벽(한국시간) 축구 본고장 잉글랜드 땅을 밟았다. 한국 축구선수로는 처음이다.

박지성은 21일 저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 협상이 완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22일 새벽 그의 에이전트인 FS코퍼레이션은 "박지성의 이적료 협상이 600만 유로(약 73억6000만원)에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박지성의 계약기간은 2005~06시즌부터 2008~09시즌까지 4년, 연봉은 200만 파운드(약 36억8000만원)로 알려졌다.

또 원 소속팀인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으로부터도 이적료의 일부(20%설, 약 14억7000만원)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출전 및 승리수당, CF 출연 등 초상권을 이용한 마케팅 수입까지 따지면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달았던 배번 21번을 부여받았다. 22일 오후 런던으로 출국한 그는 23일 맨체스터 구단에서 메디컬 체크를 받고 곧바로 귀국해 26일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어 7월 초 팀훈련에 합류한다. 7월 23일 시작되는 맨체스터의 아시아 투어(홍콩.중국.일본)에도 참가하게 된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1878년 창단했다. 프리미어 리그를 15차례 제패해 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했고 FA컵에서도 11차례 우승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 번(1969.99년), 컵위너스컵과 유러피언수퍼컵에서 각각 한 번 우승했다. 홈 구장은 6만8000명 수용 규모의 올드 트래포드, 사령탑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


▶ 왼쪽부터 안용중학교→ 일본 J-리그 교토퍼플상가→2002년 한·일 월드컵→PSV 에인트호벤 시절. [중앙포토]

허진석 기자

박지성 출국 인터뷰
"한국인 가능성 보여주겠다"

"최고의 팀에서 도전을 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구단 메디컬 테스트(23일)를 받기 위해 22일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 박지성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처음 외국에 나갈 때보다 더 부담이 된다"며 "마케팅이 아닌 실력으로 진출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히딩크 감독과 통화했을 땐 "'가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기분이 어떤가.

"어제 저녁에 연락받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은 기쁘지 않다. 이미 결정이 났던 일이고 이제부터 해야할 일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적 결정을 내린 계기는 뭔가.

"주위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성공할 자신감도 있어 결정을 내렸다."

-명문 구단이라 부담이 클 텐데.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를 하게 돼 부담이 된다. 한국선수로서 모든 것을 해내고,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해선.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가고 싶어하는 팀이다. 거기(맨체스터)엔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내 실력을 이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도 많다.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주면 출전할 기회가 많이 올 것이다."

공항에 배웅 나온 아버지 박성종(49)씨는 "지성이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첫째는 스승인 히딩크 감독, 둘째는 리그 적응문제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잔류를 희망한 히딩크 감독의 뜻을 거스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연합]

맨U서 어떤 자리 맡을까

강철 체력과 스피드, 독한 근성으로 에인트호벤에서 눈부신 성장을 한 박지성. 엄청난 스태미나와 활동폭을 자랑하는 박지성이지만 모든 부문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특히 맨U는 미드필드가 매우 강한 팀이다. 라이언 긱스(32).폴 스콜스(31).로이 킨(33) 등 세계 톱 클래스의 미드필더들이 수두룩하다. 미드필더인 박지성의 자리는 포메이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맨U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4-2-3-1 또는 4-3-3 시스템을 주로 사용했다. 4-2-3-1 시스템이 사용된다면, 그리고 퍼거슨 감독이 엄청난 활동반경에 매료돼 박지성을 영입했다면 킨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고 힘좋은 상대들을 이겨낼 수 있는 스피드와 체력, 정확한 패싱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려면 스콜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0) 등을 제쳐야 한다. 골 결정력과 정확하고 빠른 크로스 능력이 필요하다.

4-3-3 시스템에서 박지성은 3명의 미드필더 자리를 노크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는 킨 또는 스콜스다. 킨은 팀의 주장이고 스콜스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4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이다. 이들을 밀어내고 당장 주전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왼쪽에는 긱스, 오른쪽에는 대런 플레처(21)가 있다. 긱스는 정상급 윙맨이지만 체력이 달려 지난 시즌에는 자주 교체선수로 기용됐다. 플레처는 스피드가 부족해 날개보다는 중앙 미드필더가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 자리는 박지성이 가장 먼저 노려봄직한 자리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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