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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좋은 곳으로 주민등록만 옮겨|대도시 명문중고에 "새치기 신입생" 많다|정원의 5∼7%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고생 가운데 거주지를 허위로 꾸며 위장 전입한 뒤 이른바 신흥 명문학교에 배정받는 학생이 신입생정원의 5∼7%나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말썽을 빚은 서울 여의도 고등학교를 표본으로 관계당국과 일선학교측이 위장전입학생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위장전입자가 많은 것은 평준화시책에 따라 신입생을 추첨 배정하는 대도시 고교 중 일류대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신흥명문고교에 배정 받기 위한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거주자의 자녀들이 다른 학군으로 밀려나는 등 억울함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시·도 교육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위장전입학자를 적발해 놓고도 처리를 미루고 있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지난달6일 고교학군배정후 학부모들의 항의소동을 빚은 여의도고교의 금년도 남자신입생 4백20명에 대해 최근 거주지 확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7%인 30여명이 위장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전가즉이 다른 지역에 살면서 주민등록만 허위로 옮겨놓았거나 ▲친척·친지집등에 동거인으로 주민등록을 올려놓은 뒤 학생1명만 함께 살도록 한 경우 ▲여의도에 살다 이사간 뒤에도 퇴거절차를 밟지 않았었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서울시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신입생들이 제출한 주민등록등본 가운데 고교학군배정 공고일인 지난해 10월16일을 기준으로 하여 최근 6개월 사이에 전입한 학생1백여명의 명단과 주민등록등을 근거로 주거실태를 조사했었다.
이밖에 서울시내 명문사립으로 알려진 강북의 S고교도 자체조사결과 올해 신입생 15학급 9백명 가운데 1학급 60명 정도가 위장전입학생인 것으로 밝혀졌고 강남영동지역의 K고·S고·Y고등에는 강북에서 몰려온 위장전입자들로 남자고교의 경우 지원자가 학군 전체정원보다 무려 1천3백여명이나 많은 반면 여학교는 오히려 정원보다 7백명이나 적은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서울 반포동· 방배동지역 학생들은 이 때문에 영동지역학군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정원초과로 사당·흑석동지역 학교로 밀려나 학부모들이 주민등록을 압구정동이나 서초동 등지로 옮긴 예가 많다. 같은 강남에서도 명문고에 끼지 못했던 S고의 경우는 한때 이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 학교배척을 하거나 학부모들이 다투어 자녀들을 전학시키는 사례까지 있었다.
일선 시·도 교위측은 그러나 학군배정때 응시자격을 「공고일 현재 전 가족이 서울시에 거주하는 자」로만 규정해 놓아 다른 학군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앞서와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배정됐을 경우 이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위장전입으로 배정된 학생들을 사실상 묵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위당국자는 『위강전입에 의한 학교배정은 학생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그같은 사실이 적발됐다 하더라도 주민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기관에서 부모에게 과태료를 물리거나 주민등록에 대한 직권말소처분 등을 할 수 있을뿐 교육위원회로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위는 이같은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주민등록발급때 거주지확인을 해주도록 서울시에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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