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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 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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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회담 분위기 바꿔보자" 원탁으로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처음으로 원탁 테이블(下)이 등장했다. 지난해 5월 평양에서 열린 14차 장관급 회담까지는 직사각형 테이블(上)을 사이에 두고 남북 대표들이 마주앉아 논의했다. 생산적인 회담으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중앙포토]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가하는 북측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에 왔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직사각형 테이블 대신 원탁이 사용된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 도착 직후 북한 비방 차량 시위로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 회담장 도착 지연=회담 대표 5명(단장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과 취재.지원 인력 등 모두 33명으로 구성된 북측 대표단은 21일 오후 3시쯤 고려항공 JS615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권 단장은 "이곳이 제 나라, 제 땅이죠. 기대를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짧게 입국 소감을 말한 뒤 숙소 겸 회담장이 마련된 서울 워커힐 호텔로 출발했다. 북측 대표단이 탄 차가 서울 양화대교 부근을 지날 때 '악의 축 김정일' 등의 문구를 쓴 '자유사랑청년연합'의 시위 차량이 나타났다. 북측은 이에 항의하며 회담장 인근에서 차를 멈추게 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장에 못 가겠다"며 버티다 남한 당국자들의 설득으로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은 오후 5시37분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다.

◆ "이번은 하지(夏至) 회담"=북측 대표단은 굳은 얼굴로 회담장에 들어섰지만 남측 대표단과 환담하면서 표정이 나아졌다. 남측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오늘이 하지(夏至)다. 봄에 뿌린 씨앗이 잘 익는 시기다. 남북 관계를 잘하라는 상징이다"고 인사하자 권 단장은 "통일농사 씨앗은 이미 뿌려진 것과 같다. 잘해봅시다"고 답했다. 이어 비스타홀에서 열린 만찬에서 정 장관이 46세인 권 단장을 소개하며 "이 분은 회담 신동"이라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흘렀다. 권 단장은 일어나 "우리를 지켜보는 온 겨레에게 기쁜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저녁 식탁엔 녹두죽.전복버섯볶음.갈비구이.과일 등이 차려졌다. 차량 시위의 앙금이 남은 탓인지 북측 대표단은 만찬장에 한 시간가량 늦게 나왔다.

◆ 각진 테이블서 둥근 탁자로=지난번 장관급 회담까지 남북 대표단은 직사각형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이번 회담에선 처음으로 원형 테이블이 등장했다. "상징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회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미"라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정 장관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간의 장관급 회담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5분 정도 덕담과 날씨 얘기, '모내기 끝났느냐'라고 얘기해놓고는 주먹질하고 말씨름하고 소모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4일(서울)과 5월 5일(평양)에 열린 13, 14차 장관급 회담 첫 전체회의에선 핵 문제 등을 두고 남북 대표 간 가시돋친 설전이 벌어졌었다. 22일 오전 열리는 첫 원탁 전체회의에서 남북 대표 간 '말싸움 통과의례'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권 단장은 회담장에 도착한 직후 원탁을 보자 "국제회의에서 하던 건데…"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북측 대표단을 태우고 온 고려항공편을 이용, 21일 평양으로 떠났다.

강주안 기자, 정용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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