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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태권도 지켜라" 체육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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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올림픽 태권도 경기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80㎏급 결승전 마지막 순간. 한국의 문대성이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얼굴에 왼발 뒤후리기를 적중시켜 KO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연합]

'58명의 IOC 위원을 확보하라'.

올림픽 잔류를 위한 비인기.약소 종목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새로 올림픽에 들어가려는 종목들의 물밑 작업도 바쁘게 돌아간다. 칼자루를 쥔 국제올림픽위윈회(IOC) 위원들을 향한 홍보와 구애에 팔뚝을 걷어붙였다. 스포츠 외교전이 불붙은 것이다.

발단은 2001년 IOC 8대 위원장이 된 자크 로게(63.벨기에)가 "올림픽 규모 축소, 도핑의 완전 해결"을 선언하면서다. 그는 "선수단 규모를 1만5000~1만6000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면서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비인기 종목의 퇴출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날이 바로 다음달 8일 IOC 총회다.

◆ 왜 태권도인가

스포츠 비즈니스계의 유력 사이트인 영국의 '스포칼닷컴'은 지난 15일 일곱 개의 '위기 종목'을 꼽았다. IOC 프로그램위원회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이다. 야구.소프트볼.근대5종.배구.사이클.축구.양궁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봤다. 배구와 사이클은 가맹단체 내부의 잡음이, 축구는 월드컵에 비해 떨어지는 경기력(올림픽은 만 23세 이하만 참가)이, 양궁은 취약한 대중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단 태권도는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세계태권도연맹의 시각이다.

IOC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33개 종목의 세계연맹에 보낸 '종목 자체 평가 설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대상은 올림픽 종목 28개, 그리고 올림픽 진입을 추진 중인 5개다. 설문은 ▶TV 중계권료 ▶주요 대회 스폰서십 액수 ▶평균 유료 관중수 등도 물었다. 그렇게 만든 보고서에서 태권도는 "두 차례 올림픽에서 입장권 판매는 괜찮았지만 TV 시청률 및 관련 기사 보도 건수는 매우 낮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기에 재미가 덜 하다는 지적, 그리고 이따금 불거진 판정시비도 문제가 된다. 2001년 제주세계선수권 때 터키 선수단이 판정에 항의해 경기장을 점거하기도 했다. 미국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7일 올림픽 퇴출 우려 종목을 다루면서 태권도의 경우 "김운용(전 총재) 비리가 좋지 않은 여론을 낳았다"고 쓰기도 했다. 2000년 트라이애슬론과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가장 역사가 짧은 종목이라는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아직 대중성이 낮아 퇴출시 저항이 적다는 것이다.

◆ 진입 노리는 5종목

2002년 IOC는 여름 올림픽 종목을 28개로 못박았다. '한 종목이 퇴출되지 않으면 다른 종목이 진입할 수 없다'는 원칙도 정했다. 그래서 퇴출 종목의 빈자리를 노리는 종목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5개가 럭비.가라테.골프.스쿼시.롤러스포츠다. 퇴출 종목이 생기면 2012년 올림픽에 채택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거론돼온 '퇴출 후보 종목'은 야구.소프트볼.근대5종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 '우선 검토 대상'이었다. 그러나 해당 연맹들의 반발이 워낙 세 IOC는 '전 종목 투표'로 퇴출 방식을 바꿨다. 리듬체조.수중발레 등도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체조와 수영에 각각 속해 있어 체조.수영이 올림픽에서 빠지지 않는 한 살아남는다.

성백유.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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