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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린마당

미아찾기 방송 하려니 "주민 항의한다"며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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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말에 여섯 살과 세 살 난 두 아이를 데리고 친구집에 갔다가 기막힌 일을 겪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놀러간다기에 휴대전화를 줘서 보냈다. 잠시 뒤 세 살 난 딸아이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에게 관리사무실에 가서 아이를 찾는 방송을 해달라고 요청하도록 부탁했다. 잠시 뒤 친구가 와서 거절당했다고 했다. 더 찾아보고 오라고 했단다. 내가 직접 가서 부탁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주민 중 야간 근무를 하고 와 늦게까지 자는 사람들이 많아서란다. 방송을 해 잠을 깨우면 항의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대낮에 미아찾기 방송을 못한다니-.

다행히 40여 분 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와락 안으며 다시 한번 기가 막혔다. 10여m 떨어진 정자에 어른 대여섯 명이 앉아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명은 우는 아이를 봤을 것이고, 그랬다면 당연히 도와줄 생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주민의 잠을 깨워선 안 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관리사무소와 자기 아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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