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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업의 임금조정과정을 보면…|노사협의로 생산성 범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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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금조정시즌을 맞아 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임금조정은 어떻게 하는것이 소망스러운가.
선진공업국중 가장 임금인상이 부드럽게 결정되고 또 노사문제가 원만한 일본의 경우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일본경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기업이 1차 및 2차 석유위기를 적절히 넘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도보다도 민간기업 자신의 합리화 노력에 크게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1차석유위기 이후 민간기업이 맨먼저 손댄 것은 중요한 생산성상승과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임금을 인상한 것이다.
74년봄의 임금상승률은 32.9%였다.
그러나 75년엔 13.1%로 떨어졌고 76년 이후엔 모두 한자리 숫자였다. 생산성상승을 초과한 임금인상은 결국 인플레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둘째는 에너지절약이다. 계속 오르는 석유값 때문에 일본의 실질소득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식의 개혁과 기술혁신 등에 따른 에너지절약, 그리고 공평한 소득손실의 분담밖에 없었다. 이것은 성공을 거두었다.
세째는 1, 2차 석유위기에 직면해서 민간기업이 서둘렀던 경영합리화다. 이 결과 각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내려갔다. 오늘낱 행정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 시점에서 행정부문의 합리화가 이뤄지지 않은것에 대한 반성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기업의 노사관계에 있어서 이같은 현명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산업별· 직능별 조합과는 달리 체험을 통해 직장의 실태 및 입장을 잘아는 기업별 조합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경영자측과 운영공동체의식이나 신뢰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다.
일본기업의 중역 6명가운대 1명은 노조집행위원을 지낸 경험이 있다. 이는 계급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경영자의 대부분은 해당기업에서 자라난 이른바 샐러리맨 경영자다. 경영자와 종업원의 실질임금의 차이도 전전에 비해 현재는 상당히 좁혀졌다.
지금부터 20년전인 60년대만 해도 사장의 수입이 신입사원수입의 12배였으나 지금은 7.5배 정도다.
곤란한 문제도 있다. 석유다소비형인 소재산업의 구조적인 불황과 재정적자, 국채의 누증 등이 있다. 노동생산성 상숭의 일대원천인 민간설비투자가 작년 2·4분기와 3·4분기에 계속 줄었다. 종래의 산업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 아니라 시대변화에 따른 유연한 행정대응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임금수준은 세계의 톱클라스에 속한다. 그러나 일본국내에서 이를 실감하기란 쉽지않다. 농축산물가격이 높고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넘어선 정도까지 임금을 올려 준 나라는 고인플레와 저성장·고실업률에 고통받고 있다. 일경련은 이런 관점에서 생산성기준원리에 따른 임금결정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명목임금의 인상보다 물가안정에 의한 실질임금의 보장에 더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은 일에 중독됐다는 말이 있다. 한 나라 노동시간의 길고 짧음은 그 나라의 기후·사회·문화·경제 및 국민성에 따라 다르다.
현재 ILO(국제노동기구)는 일본의 노돔시간이 결코 길다고 말하지 않는다. 프랑스나 영국·스위스는 일본보다도 길다. 수출산업의 꽃인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도 노동시간은 외국보다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실노동시간은 이들 선진국보다 2백여시간 많다. 왜 그런가.
종신고용이라는 관습때문에 불황때는 고용자 삭감이 쉽지 않으며 호황때는 불황에 대비, 요원관리를 하고있기 때문이다.퇴근을 알리는 벨이 올렸다고 해서 하던 일을 밀쳐둔채 집으로 가지 않는다. 야근을 해서라도 자기일을 마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결근율도 적을뿐아니라 노동손실일수도 적다. 노동성은 85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2천시간이하로 점차 줄이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도, 임금인상도 모두 노동생산성상승과 성과배분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매우 높으나 출생율은 현저히 낮다. 그 결과 인구 구성은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정년이 연장되고 있다. 정부는 85년까지 정년을 60세로 일반화하려고 하고있다.
중고연령층은 적극적인 의욕과 능력을 가지고 일을 처리한다. 기업에는 이들에대한 재훈련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연공제도의 시정이다. 지금까지는 근속연수의 증가와 함께 임금 및 퇴직금이 증가했지만 이제는 일정 연령까지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그 이후의 연령층에게는 대표적인 능력주의를 도입, 중고령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노조측도 이를 십분이해하고 있다.
영국 「대처」수상의 긴축정책이나 미국 「레이건」대통령의 공급사이드 경제학은 종래의 복지정책이나 수요선행경제정책을 크게 바꾸려고 기도하고 있다.
특히 「레이건」대통령은 안이한 생활을 하려고 하는 풍조를 바꾸어 강한 아메리카를 재생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도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 기대는 편이 좋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우려할 정도는 못된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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