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소대… 개인 문제가 컸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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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전방 군부대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들의 분향소가 설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정선모 28사 헌병대장이 사고당시 상황을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 21일 오후 전방 군부대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들의 분향소가 설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유족대표 조두하씨가 가해사병인 김일병의 수양록을 들어보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어떻게 사수 몰래 수류탄을 꺼내올 수 있었는지, 사수를 비롯한 초소 근무자는 수류탄 폭발음, 총소리 등이 있었음에도 왜 바로 막사로 들어와 초기 대응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경기도 연천군 전방부대에서 몇 주 전까지 근무하다 제대한 김모씨의 증언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그는 초소 근무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축구 후 술파티 의혹'에 대해 "GP에서 술 반입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모씨와의 일문일답.

-얼마 전 제대했으니 부대 분위기를 알 것 같다. 어땠나?

"우리 중대 중에 1소대 분위기가 제일 좋았다. 축구도 제일 잘하고 다른 운동도 잘했다. 부대에서 보통 운동 잘하는 부대가 분위기가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1소대에서는 옛날부터 성격 나쁜 고참이 없었다. 이번에 사고 당한 애들도 성격 좋고 후임병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었다. 구타 등 특별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김 일병은 어땠나?

"김일병이 원래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 이쁨 받고 그렇지는 않았다. 하라면 하고 나서서 뭔가를 하지는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보통 후임병들 오면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김일병 같은 경우에는 한 번 가르쳐 준 것도 계속 실수를 해서 선임병들에게 소위 '갈굼'을 많이 당한 걸로 알고 있다."

-분위기 좋은 소대에서 왜 김일병이 그런 일을 저지른 것 같나?

"군대에서 상병들 역할이 부대 적응 못하는 후임병 있으면 큰소리 쳐서라도 똑바로 교육시켜야 하는게 관행이다. 이번에 사고 당한 애들이 김일병을 왕따시킨게 아니라 걔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사건이 김일병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한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내가 알기로는 구타 같은 가혹행위는 없었다."

-아무래도 GP 특성이 김일병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된 것 같은데?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폐쇄된 곳에서 생활하고 매일 똑같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까, 뭐랄까 사람이 좀 단순해진다. 나도 일(병), 이병일때 선임병들한테 심한 대우 받고 그러면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만 했지 그걸 실제로 행동에 옮길 생각은 못했다. 대부분 그렇지 않겠나. 특히 김일병 같은 경우에는 말도 없고 군생활 적응도 못했으니까 GP 근무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루 8시간 동안 똑같은 사수하고 근무를 서야 하는데 만일에 자기를 많이 갈구는 고참을 만났다고 생각해봐라. 하루 종일 둘이만 있으면서 욕먹는 거다."

-그런데 왜 김일병이 관심사병으로 등록되지 않았나?

"문제가 좀 있다고 바로 관심사병으로 등록되는건 아니다. 물론 GP는 GP장이 사병들 개인 신상 같은 걸 꾸준히 체크하고 하는데 그때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알수 없다. 생각해 봐라. 김일병이 선임병들이 자신을 갈군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나? 요즘 군대 분위기에서는 갈구는 고참들 바로 영창이나 징계 받는다. 그러면 잠깐 그 선임 없어져서 김일병이 편해질지는 모르나 나머지 동료들은 김일병을 어떻게 생각하겠나? 말로는 병영생활에 어려운 점 신고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선후임 관계는 더욱 그렇다."

-사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얼떨떨하고 소름이 끼쳤다. 같은 소대는 아니었지만 주둔지에 내려오면 항상 보는 얼굴이고 바로 옆 내무반에서 몇 개월씩 생활하기도 해서 모두 잘 아는 친구들이다. 나는 일 때문에 못가지만 몇몇 제대한 친구들은 문상간다 하더라."

-수사결과 봤나?

"처음에 국방부에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발표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원래 수류탄 같은 경우는 상자에 넣어서 밤새도록 초소에 갖다 둔다. 그러니까 처음 근무자가 초소에 수류탄을 가지고 가서 그 곳에 두면 근무교대 때마다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초소에 보관했다가 맨 마지막 근무자가 다시 가지고 오는 거다. 그런데 김일병이 수류탄을 사수 몰래 상황실이든 내무반이든 가져왔다는 건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다. 나중에 추가 수사 결과 발표한 거 보고 그제서야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하지만 어떻게 사수 몰래 통 속에 들어 있던 수류탄을 꺼내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사수를 비롯한 초소 근무자는 수류탄 폭발음, 총소리 등이 있었음에도 왜 바로 막사로 들어와 초기대응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초소 근무에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축구보고 술파티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다. GP에서 술 반입은 엄격히 금지된다. 나도 GP 근무 섰지만 한번도 술 먹어본 적 없다. 보통 군대에서 술 먹는건 밖에 나갔다 오거나 휴가 다녀와서 반입하는 건데 GP에서 그게 불가능하다. 일단 GP에 있는 동안 전혀 밖으로 나올 수 없고 휴가 다녀와서도 주둔지에서 신고하고 나중에 들어오기 때문에 술 반입은 말이 안된다."

-어떻게 김일병 한명이 그런 엄청난 일을 모두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GP 근무 특성상 수류탄과 탄환이 지급된다. 물론 김일병의 경우 사수가 다음 근무자를 깨우라고 보냈다고 하지만 만일 사수가 제지하더라도 사수 쏴버리고 바로 막사로 들어와 상황실 점거한다면 충분히 이번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실에 실탄과 수류탄 등이 있기 때문에 막사에서 자고 있던 그대로 당하는 거다. 내가 김일병과 같은 마음을 먹었더라도 똑같은 경로를 택했을 것이고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번에 GP장이 마음대로 근무형태를 바꾼건데 뭔가 짚히는게 있나?

"내가 알기로 1소대장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다. 부하들도 잘 챙기고 GP 근무 3개월 마치고 주둔지로 돌아오면 부대원들 회식도 시켜주고 잘 해 주더라. 그러니까 부하들 위한다고 근무 형태 바꿔준 것 같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바꾸고 하는 건 아니다. 어쩌다가 특별한 일이 있을때 그렇게 운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통상적인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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