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약 적발은 전쟁이다" 화이자 아태지역 보안담당 쉬루한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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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속에 숨긴 가짜 비아그라''팬티 안 쪽에 감춘 가짜 시알리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가짜약의 밀반입 시도만큼 그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세관.검찰등 관계당국과 밀수범들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이다.

지난 달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동아시아 지역 위조와 저작권 침해 관련 회의'의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은 화이자 아시아.태평양지역 보안담당 선임이사 도날드 K. 쉬루한(사진)씨. 그는 이 전쟁터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태지역 보안팀은 지난 해 초 화이자 본사가 만든 조직이다. 홍콩에 본부를 두고 중국.태국. 한국 등에 전담직원 1~2명 씩을 두고 있다.

기업체 소속이라 직접 단속을 하고 처벌하는 등의 사법적 권한은 없지만 밀수범 검거에 있어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가짜약 구분법을 개발하고 밀수방식에 대한 동향을 연구해 정기적으로 세관.경찰.검찰 등 유관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식 교육도 실시한다. 아시아에서 가짜약 생산국으로 악명 높은 곳은 중국과 인도. 쉬루한씨는 "한국은 가짜 의약품 주요 소비국이자 제3국으로 밀반입하기위한 중간지역으로 많이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이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28년 간 미국 관세국의 수사요원으로 일했다. 불법약품 거래 단속이 그의 전공이다. 쉬루한씨는 "최근들어 인터넷을 통한 가짜약 유통이 부쩍 늘고 있는데 생산자와 판매자, 서버 운영자 등의 국적이 서로 달라 검거가 쉽지 않다"며 "가짜약을 뿌리뽑기 위해선 기업과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야한다"고 말했다.

글=김필규,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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