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창덕궁 반격' 1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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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창덕궁 사상 첫 공식 행사로 열린 이창호 9단과 돌풍의 신예 옥득진 2단의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이 이창호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9년간 왕위 타이틀을 독점해온 이 9단은 귀중한 1승으로 1 대 1을 만들며 왕위전 10연패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왕위전에서 181 대 1의 좁은문을 뚫고 도전자가 되었고 도전기에서도 최강 이창호 9단을 격파하며 무명 신화를 창조해 온 옥득진의 연승행진은 9연승에서 마감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도전 5번기 3국은 7월 8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왕위전 1 대 1=흑을 쥔 이창호 9단은 초반부터 착실한 실리 전법을 폈고 백의 옥득진 2단은 대세력 작전으로 맞섰다. 승부는 점심시간 직후 던져진 옥득진의 한 수에서 갈렸다. 이 9단의 승부수에 장고를 거듭하던 옥 2단이 일보 후퇴를 선택했는데 이 수가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된 것이다.

▶ 이창호 9단(오른쪽)과 신예 옥득진 2단이 맞붙은 제39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이 20일 창덕궁 부용정에서 열렸다. 대국장을 방문해 대국 재개 선언을 한 이해찬 총리와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이 관전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창덕궁 대국=아름다운 연못을 곁에 둔 창덕궁 부용정에서의 대국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조선시대 임금이 쉬던 부용정은 모처럼 수십 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세계를 제패한 한국 바둑의 고수들을 맞이했다. 이날의 특별한 대국을 기념해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 위원장은 오전 10시의 대국 개시 선언을, 이해찬 총리는 오후 2시의 대국 재개 선언을 각각 맡아주었다.

왕위전 7연패를 한 김인 9단은 입회를, 왕위전 13회 우승을 기록한 조훈현 9단은 해설을 맡았고 박종근 국회 재경위원장, 김기춘.유인태.최규성 의원, 그리고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바둑을 사랑하는 정.재계 인사들과 수많은 바둑인이 이날 대국을 참관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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