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망 속여 투자자 우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990년대 미국 월가를 주름잡았던 유명 애널리스트 두명이 증권업계에서 '영구 퇴출'됐다. 기업금융 고객을 잡기 위해 해당 회사의 주가를 장밋빛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내 투자자를 우롱한 혐의다.

메릴린치 등 잘 나가는 10개 대형 투자은행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자를 현혹한 혐의로 총 14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됐다.

특히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은 애널리스트에게 AT&T의 투자등급을 올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애널리스트 접촉 금지령'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뉴욕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증권거래소.전국 증권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규제당국은 2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시티그룹 증권투자 부문의 전기통신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였던 잭 그룹먼에게 사기와 투자오인 등 혐의를 적용, 1천5백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증권업계에서 영구 제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또 메릴린치의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헨리 블로짓에 대해서도 4백만달러의 벌금과 함께 역시 영구히 증권 관련업계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월가의 10개 대형 투자은행들은 투자자를 현혹하는 편향된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데 책임을 지고, 벌금과 투자자 교육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14억달러를 물기로 합의했다.

이는 월가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이다. 샐러먼 스미스바니의 모기업인 시티그룹이 4억달러로 벌금 액수가 가장 많았고, CSFB는 2억달러, 메릴린치는 1억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베어스턴스.JP 모건.리먼 브러더스.UBS워버그.US뱅코프 파이퍼 제프레이 등도 각각 1억2천5백만~3천2백5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투자은행은 소액 투자자들이 앞으로 대거 집단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실제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또 앞으로 독립적인 투자보고서를 제공하고 투자은행부문과 조사부문을 분리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합의로 법적인 절차는 일단락됐으나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의 훼손된 이미지가 개선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