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뮤지컬 발성으로 “아메리카노~ 나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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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있는 서소문. 이곳의 숱한 커피 전문점 중에서도 서소문동 52번지에서 이름을 딴 ‘#52 로스터 커피 랩’은 유독 눈에 띈다. 이동재(32·사진 맨 왼쪽) 대표와 직원들의 남다른 ‘포스’ 때문이다. 훤칠한 외모는 둘째 치고, 다들 발성이 훌륭하다. 알고 보니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를 비롯해 공연 중 알게 된 뮤지컬 배우 출신들이다.

대학 재학 시절 잠시 바텐더로 일하기도 했던 이 대표는 2007년 배우 조정석 추천으로 뮤지컬 ‘올슉업’ 오디션을 봤고, 얼떨결에 합격해 뮤지컬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후 2013년까지 ‘맨 오브 라만차’와 ‘시카고’ 등 12개 작품을 했다. 2012년 ‘맘마미아’에선 비중있는 조연인 스카이 역을 맡기도 했다. 이렇게 7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공허함이 몰려왔다. 공연이 없으면 아예 수입이 없는 불안정한 생활도 힘들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떠난 여행에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원래 커피는 잘 안 마셨어요. 그런데 호주 시드니에서 한번 맛봤는데 향이 너무 좋은 거예요. 커피를 제대로 배우겠다고 맘 먹고는 배우 생활을 접었죠.”

2014년, 굳이 이 칙칙한 서소문 바닥에 카페를 연 건 다 이유가 있다. “뮤지컬 ‘올슉업’을 보면 촌스러운 시골동네에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채디라는 친구가 찾아가요. 채디 덕분에 이 마을은 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신나는 곳으로 변해요. 서소문이 저한텐 그런 느낌이었어요.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었어요. 경리단길 같은 곳에서 분위기 있는 카페 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서소문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한 톤 높은 뮤지컬 발성으로 늘 웃으며 손님을 맞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동네 시끄럽게 뭐하는 거냐고 수군거렸다.

불안했지만 꿋꿋하게 계속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이제 조금씩 이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 카페에 오는 손님은 다 친구라고 생각해요. 아니, 정말 친구예요. 지켜보세요. 이 동네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를요.”

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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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사람=김경록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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