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동맹 현안에 대한 한국 입장을 강하게 얘기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수긍하는 모습이었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16일 밝혔다.

소식통은 "노 대통령이 '개념계획 5029'와 주한미군의 유연성에 대한 한국 입장을 굉장히 강하게 얘기했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표정.몸짓 등에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회담 후 부시 대통령이 '좋은 조언(Good Advice)을 들었다'고 한 것은 (노 대통령이 동맹에 대해) 새롭고 못 들어본 얘기를 솔직하게 해줘 고맙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국도 (동맹에 대해) 국무부.국방부.국가안보회의(NSC)의 목소리가 다를 수 있는데 이번 회담에서 국무장관.국방장관.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한 가운데 두 정상이 (동맹의) 큰 틀에 인식을 같이한 게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회담에 동석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관련,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회담 도중 럼즈펠드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한마디 할 것을 권유했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오찬 중에도 안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두 정상은 대단히 솔직하게 대화했고 이를 통해 깊은 공감대(Chemistry)가 형성된 게 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며 "노 대통령에겐 지금까지 네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 중 가장 만족스러운 회담이었고, 부시 대통령도 노 대통령의 솔직함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해법과 관련, "부시 대통령은 '나를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는 데 그렇지 않다. 대화로 풀겠다'고 재차, 3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회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폄하나 존경의 발언은 없었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도 논의됐으며 노 대통령이 먼저 얘기한 부분도 있고, 부시 대통령은 남북 문제를 질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은 대통령보다 감사원을 더 무서워한다'고 농담하자 부시 대통령도 '맞다. 공무원들은 지시해도 따르지 않는다'고 맞장구쳐 폭소가 터졌다"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오찬 도중 라이스 장관이 디저트를 거절하자 자신의 뱃살을 집어보이며 "이것 때문이지?"라고 농담, 라이스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