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버덕은 모두를 위한 예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 시절 목욕탕서 가지고 놀던 노란 고무 오리 인형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네덜란드 출신 공공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37)이 서울을 찾았다. 잠실 석촌호수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등에서 열리는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The Rubber Duck Project)’에 참석했다. 러버덕은 지난 14일 석촌호수에 띄워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음달 14일까지 이곳에 전시된다.

2007년 프랑스에서 26m 크기로 처음 등장한 러버덕은 이후 네덜란드·브라질·일본·호주·홍콩·대만·미국 등 전세계 16개국을 순회했다. 지난해 홍콩에서는 800만명이 오리를 보러 왔다. 가짜 러버덕도 곳곳에 등장해 상업성 논란을 부추겼다.

이번에 서울에 설치된 러버덕은 가로 16.5m, 세로 19.8m, 높이 16.5m다. 무게는 1t이다. 21일 만난 호프만은 “러버덕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러버덕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슬픈 일이 많이 벌어진 한국에 러버덕이 기쁨과 행복의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 설치된 러버덕을 보니 어떤가.

“오늘 아침 호텔방 커튼을 열어 빗 속의 호수 위에 떠 있는 러버덕을 보고 행복했다. 석촌호수는 원형이어서 산책 나온 사람들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주변에 빌딩이 많아 친밀하고도 임팩트 있는 공간이 됐다.”

-러버덕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러버덕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타이완ㆍ프랑스ㆍ브라질 등 다른 장소지만 러버덕을 봤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서로 연결이 된다. 러버덕은 또한 세상과 나를 연결해 준다. 세계 각지에 새로운 러버덕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개인적 이야기가 생긴다. 러버덕 덕분에 여행할 때마다 매번 좋은 사람들, 각국의 문화와 전통을 만난다.”

-자녀가 있나. 그들과 러버덕에 얽힌 이야기는.

“아이가 넷이다. 두 아들은 지난 7년간 러버덕과 함께 성장했다. 이 아이들은 세계 곳곳서 인터뷰할 때 더러 러버덕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러버덕은 일상일 뿐 별로’라고 답하더라. 두 살 된 딸은 최근 목욕탕에서 러버덕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2개월 된 딸과는 아직 러버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떻게 하다 미술가, 특히 공공미술가가 됐나.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10살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다. 미대에 진학해서는 테크닉 뿐 아니라 미술이 기존의 관습을 타파하는 법, 새로운 시도를 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미대 시절부터 작업실 안에서 그림 그리기보다는 공공 장소에서의 작업이 즐거웠다. 사람들은 종종 예술은 콧대가 높고 소수의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들 한다. 대중과 접점을 갖고 싶었다. 예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보다 흥미를 갖고 다가가길 바란다.”

-동물 인형 같은 형태를 대규모로 확대하는 건 클래스 올덴버그나 제프 쿤스의 작업과도 유사하다. 당신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대량 생산 장난감, 대량 생산 세라믹 제품의 미학에 관심이 많다. 대량 생산 장난감을 아이콘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크기를 확대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 본 듯한 것이지만 새롭게, 공간을 다르게 보여주고자 한다. 올덴버그나 쿤스는 대가이지만 미술계의 일부다. 그들의 작품은 미술관ㆍ갤러리에 전시되는 반면, 나의 미술관ㆍ갤러리는 공공장소다. 나는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한다.”

-러버덕이 화제가 되면서 제2롯데월드 개장으로 인한 교통난ㆍ안전성 등 여러 문제들이 묻히는 상황이다. 상업성 논란도 있다.

“많은 이들이 오고, 교통난을 유발하는 건 기술적 문제다. 러버덕은 그저 이게 설치된 장소를 보여줄 뿐이다. 왜 내게 묻는가. 러버덕을 둘러싼 많은 토론이 가능하겠지만, 러버덕은 그저 러버덕일 뿐이다.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설치물엔 협찬사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공공미술 설치에 정부가 나서고, 미국은 대개 부호가 기부하며, 홍콩은 쇼핑몰이, 서울서는 롯데가 비용을 지불했다. 미술관도 입장객 및 협찬사 수입이 있듯, 모든 일에는 이윤 추구 행위가 뒤따를 수 있다. 다만 러버독이 자유롭게 전시될 수 있도록, 작업 제안의 99%는 거절하는 편이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설명]
에비뉴엘 월드타워 갤러리의 플로렌타인 호프만. [사진 에비뉴엘 갤러리]
1. 호치민 2. 홍콩 3. 오클랜드 4. 카오슝에 나타난 러버덕. [사진 호프만 스튜디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