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서 체제 인정하면 우방 대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16일 밤 평양시 목란관에서 만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6일 북핵 문제 등 최근 정세와 관련, "미국이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면 우리도 미국을 우방으로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평양 목란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당국 대표단을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남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이 단합, 협조를 도모하면서 남북 관계를 확실히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남측이 지원한 비료가 올해 농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사의를 표했다.

정동영 장관은 "6.15 공동선언 5주년 평양 행사가 다음주 서울에서 개최예정인 15차 장관급 회담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정 장관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일 워싱턴에서 있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각 측이 유익한 방향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대표단 관계자가 밝혔다. 대표단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은 "남측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며 "6.15 선언의 이행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대표단은 전했다.

◆ 대표단 소지품 검사 당해=면담 장소인 목란관 로비에서 기다리던 김 상임위원장은 "고생 많습니다"며 인사를 했다. 그는 이어 자문단으로 간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오래간만입니다"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양측 대표단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로비 접견실에서 환담에 들어갔다.

김 상임위원장은 먼저 "통일장관을 모시고 축전 행사를 여는데 비가 많이 내려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결과적으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히 진행됐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번 통일 대축전은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 대표단과 민간.해외 대표단이 참석한 민족의 대축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후 7시10분부터 25분간 대표단을 면담한 뒤 정 장관과 별도로 25분간 만났다. 여기에는 이관세 통일부 정책실장과 서훈 실장이 배석했다. 양측은 면담 후 김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송 만찬을 가졌다.

앞서 남측 대표단은 목란관에 오후 7시 도착했다. 북측은 대표단에 대해 소지품을 검색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했다. 정 장관은 소지품 검사는 없었지만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북측은 "김영남 동지의 경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 "김정일-정동영 면담 가능성 희박"=남측 대표단 고위 관계자는 "권력서열 2위인 김 상임위원장과의 면담.만찬까지 마친 북한이 정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별도 만남을 주선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외부 인사를 만날 때 파격적인 형식을 취한 적이 적지않은 만큼 17일 오전 대표단이 전세기편으로 평양을 출발할 때까지는 면담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