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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구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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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A【사회주교, 사회주의…흥, 그런데 먹을것이 없단 말야.』
B『시간의 수레를 뒤로 돌릴수만 있다면, 그러고 내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우리는주택, 공장 그리고 기술자를 국유화시키지 않을 텐데….』
자, 이런 말은 누가 했을까. 워징턴포스트지의 기자도, 동구 어느 노동자의 불평도 아니다.
『흥!』 하고 코방귀를 뀐 A는 바로 「티토」였으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어한 B는「호루시초르」였다.
요즘 중앙일보에 연재중인「사다트」회고록에 나오는 생생한 기록들 가운데 하나다.
한 사람은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을 대표하는 수상이고, 또 한사람은 공산주의의 실험국인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다.
이런 얘기도 있다. 루마니아의「차우셰스쿠」대통령은 어느날 잠자리에서 부인에게 귓속말을 했다.
『우리 인민에게도 차츰 해외를 널리 둘러볼 찬스를 주어야겠어』
「엘레나」부인은 눈을 번쩍 뜨고 대답했다.
『큰일 나요. 루마니아에 누가 남아 있겠어요?』
『당신과 나』
「엘레나」는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되받았다.
『내가 남아있을것 같으오?』
동독의 어느 대학생에게 누가 이런 질문을 했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에 이르는 험한 도정입니다』
실은 이 대학생의 대답은 사회주의교과서와는 정반대이다. 「자본주의의 착취」에서 벗어나 공산주의로 발전하는 중문단계가 바로 사회주의라고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폴란드의 얘기도 있다. 바르샤바시내의 한 푸줏간에서 있었던일이다.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가 돼지고기 한근을 달라고했다. 주인은 한마디로 없다고 했다.『그럼 쇠고기라도….』
『없어요]
「소시지라도 있으면 쥐요』
『없어요]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 말을 남기고 그 가게를 돌아섰다. 『젊은 사람이라 기억력이좋구먼!』
물론 누가 꾸며낸 객담이지만 오늘의 사회주의나 오늘의 공산주의가 직면한 문제들의 정곡(정곡)을 찌르고있다. 「사다트」회고록의 경우는 더 말할것도 없다.
마침요즘 서독 주간지슈피겔이 보도한 소련의 실정 (중앙일보 3일게재)은 더욱 실감이난다.
끈이 없거나 색깔이 각기 다른 짝짝이 구두, 스위치를 넣자마자 터지는 전구, 가짜증산왕, 거짓통계, 휴지에서 문짝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훔쳐가는 노동자들…. 이것이 어디 노동자의 천국인가. 빵, 비누, 소금, 식초도 사기 힘든 나라가 바로 소련이다.
지하의 마르크스가 되살아난다면 필경 그는 종이와 잉크부터 찾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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