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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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바탕 전쟁과도 같은 전기대학입시의 열풍이 지나갔다.
극심한 눈치작전과 도박판을 방불케하는「밑져야 본전」의 요행심리와 황당한 허수경쟁의소동 끝에 막을 내린 전기대학입시는 끝내 개운챦은 뒷맛을 남겼다.
요행히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킨 학부형이나 고배를 마시고 가슴을 치는 학부형이나를 막론하고 시정의 여론은『대채로 성공적』이라는 문교당국의 자평과는 달리『이런 입시제도가 어디있느냐』로 압축되는듯하다.
서울시내 주요전기대학 합격자들의 성적분포를 단독으로 입수, 보도한 29일 중앙일보편집국은 전화통에 불이날 지경이었다.
『우리아들은 2백×점을 받고 ××과에 떨어졌는데 어떻게 그보다 낮은점수가 합격할수 있느냐』『1백×점짜리가 ××계열에 들어갔는데 2백×점 짜리가 그보다 못한××과에 지원했다 떨어졌으니 분통이 터져 홧병이 날것같다.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이런 입시제도도 고치도룩 힘써달라…』
수험생가족·교사들의 문의·격려·진정이 붓물터지둣 쏟아져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들었다.
학력고사성적통지자 57만여명 전원의 명단과 성적·생년윌일·출신도등을 컴퓨터에 수록한다음 각대학별 합격자명단을 넣어 성적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분류, 모집단위별로 성적분포를 내는일은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었다.
동명이인 입력(입력)때는 이경회와 같은 이름은 7백여명이 튀어냐오기도 했다.
출신지역·생년월일도 확인되지않는것은 공백으로 남겼다. 사회부기자 30명전원이 단4개대학의 표를 작성하는데 하룻밤을 꼬박 샜다.
이같은 수고에 많은 독자들은 박수를보냈고 전국의 수험생, 진학지도교사들은 『내년입시에서 바이블이 될만한 자료』라고 극찬했다.
문교당국이나 대학이 밝혀주지못한 의아심과 궁금증을 중앙일보가 시원스레 풀어주자 일부 대학측이 스스로의 책무를 망각한채 오히려 비난의 화살부터 쏘아댄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서울대의 김종운교무처장은 심지어 『한낱 호기심이나 흥미의대상』운운하면서 이렇다할 반증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은채 『성적분포가 오차의 한개를 벗어난것』이라고 했다.
합격자들의 성적분포는 입시에서 대학을 올바로 판단할수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며 이같은 입시제도가 지속되는 경우 앞으로 시험을 치를 학생들에게서 눈치나 배짱등을 막을수있는 유일한 처방이기도 할진대 이를 단순한 흥미거리나 호기심으로 몰아붙인다는것은 스스로대학을 도박판으로 남겨놓겠다는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국이나 대학의 책임자가 그같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한「성실이 울고, 눈치가 웃는」모순의 악순환은 그칠날이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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