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은 역사적 소재 속에 현실적 주제 담아-기발한 표현의 『겨울밤』… 간결미 터득하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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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개월간에 걸쳐서 이 자리를 빌어 전국의 시조 애호가들과 나누어 온 대학도 이제 새로운 화자에게 바통을 넘기게 되었다. 그 사이 열심히 투고해 주신 여러분의 협조에 감사를 드린다.
아직 시조의 정형조차 완전히 이해 못한 채 수차 투고해도 뽑히지 않았다고 원망하는 이도 있었고, 그런가하면 어찌 어찌 글자는 맞추었으나 언어의 구사나 조직적 구설에서 시 근처에도 못 미친 글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주를 거듭할수록 응모수도 늘고 내용이나 기법도 다양해지고 작품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으니 이에서 더 기쁠 수가 없다.
이것은 선자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전국민 시조 짓기 운동」에 앞장서서 참여한데 대한 민족적 차원에서의 치하의 뜻도 있는 것이다.
『남사당』과 『시인의 어머니』는 서사적 내지는 담시적수법의 작품으로서 이제까지 보아온 시조들과 성격을 달리한다. 『남사당』 은 지금은 사라진 옛날 우리 나라 고유의 유랑극단인 「남사당패」를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느 의미에서 역사소실과 일맥상통하는 이런 제재는 단순한 회고 물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소재 속에 현실적 주제를 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치를 깨달아야할 것이다.
『시인의 어머니』는 전진 속의 한 에피소드. 「읽히는 시조」라는 점에서 주목을 끄나 구성에 여간 시경을 쓰지 않으면 「잡소리」가 되기 쉬운 법이다. 그리나 이 두 편은 각기 그 개성과 역량을 인정할만하다고 생각된다.
『연가』는 황진이의 「동짓 달 기나긴 밤을…」을 연상시키는 끈끈한 점액질을 느끼게 하는 그야말로 「사랑 노래」다. 다만 「임일레」나 「지샜네라」등 기성시인의 모방 투가 눈에 거슬린다. 어미하나라도 제목소리로 노래해야 한다.
『사모가』는 고려가사의 「사모곡」처럼 간절한 노래. 그러나 앞의 연과 뒤의 연이 각기 노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겨울밤』의 「조각달이 버선발로 대추나무 딛고 섰다」든지 「별비 맞아 시든다」든지 하는 기발한 표현은 가히 일품이다. 구성이 산만하여 두 연을 한 연으르 압축해 봤다. 내용상 무리는 있겠지만 여기서 시조의 간결미를 터득해 주었으면 한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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