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감찰 논란 땐 개발자 저커버그 직접 나서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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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호 10면

김범수(48·사진)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석우(48) 카카오톡 대표이사만이 참석해 전날과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실시간 감청 장비도 없고 설치할 계획도 없다”며 “안일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회에 불안감을 만들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 측의 어설픈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언론인과 법률가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달 1일 다음카카오 합병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서버 암호화는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다음카카오’ 주식 상장 전날인 13일에는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기관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과 야후, 페이스북은 미국의 프리즘 프로젝트 당시 “서버 감찰을 전혀 몰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페이스북 개발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절대로 NSA(미국 국가안보국)와 연관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도 “NSA의 해킹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에 유감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이해도가 높고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온 바 있다. 중앙대 경영학과 박찬희 교수는 “감청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벌어졌다면 이석우 대표는 최소한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판단했어야 했다”며 “‘법을 어기겠다’는 식의 발언까지 한 것은 국민 정서에 기대려고만 한 포퓰리즘적인 생각이다. 경영자가 위기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기업 자체의 대응도 미숙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한 달 동안 카카오톡의 대응은 ‘제 살 파먹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이후 검찰의 사이버 감찰 계획이 발표됐고, 이후 카카오톡에 대한 여론의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카카오톡 측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평소 친밀감 있는 말투로 공지사항을 올리던 것과는 달랐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그때 쿨하게 기술적인 설명을 붙여 해명 하는 게 나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문철우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경영자는 정부와 언론, 고객, 법 등 모든 측면의 멀티 스테이크 홀더(multi stakeholder)를 만족시키는 전략을 짰어야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가장 먼저 소통을 시도한 것도 일주일 뒤인 9월 23일, 평소에 잘 운영하지 않던 트위터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서였다. ‘카카오톡은 감시나 검열의 대상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의 세 문장짜리 해명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감찰 의혹을 트위터에 나도는 루머쯤으로나 생각한 처사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 개발자는 “평소 게임앱 초대나 느려짐 현상에 대해 항의를 해도 카카오톡 측은 늘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며 “평소 소통이 없던 카카오톡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연 기자·강승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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