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뒤흔든 "희섭 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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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섭이 6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다.[로스앤젤레스 AP=연합]

'빅 리그'가 '빅 초이'의 '빅 쇼'로 들썩였다.

최희섭(LA 다저스)이 1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인터리그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1회 말 선제 솔로 홈런에 이어 1-2로 뒤진 4회 동점 솔로 홈런, 3-3이던 6회에는 결승 솔로 홈런이었다.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메이저리그에서 때려낸 것이다. 다저스는 최희섭의 홈런 3방으로 4-3으로 이겼다.

11일 2개, 12일 1개의 홈런을 때려 냈던 최희섭은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 6개의 홈런과 7타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연속 세 경기 최다 홈런은 2002년 당시 다저스 소속이던 션 그린(애리조나 다이아몬백스)의 7홈런으로 최희섭의 기록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다저스 선수 중 한 경기 3홈런은 최희섭이 통산 16번째며, 다저스타디움에서 한 경기 3홈런이 나온 것은 2002년 마이크 리버탈(필라델피아 필리스) 이후 처음이다.

1루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희섭은 3-3이던 6회 초 수비 때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사 2, 3루에서 트윈스 투수 브래드 래드키가 친 타구는 평범한 내야 플라이였다. 그러나 최희섭이 햇빛 속으로 들어간 공을 잃어 버리고 허둥댔다. 그 순간 2루수 제프 켄트가 재빨리 달려와 공을 잡았다. 놓쳤더라면 2점을 내줘 패전의 원흉이 될 뻔했다.

다저스의 6회 말 첫 타자는 최희섭이었고, 투수는 바로 래드키였다. 이미 래드키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최희섭은 가운데 초구를 잡아당겨 결승 홈런을 날렸다. 관중은 "희섭 초이"를 연호했고, 최희섭은 동료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관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했다.

최희섭은 경기 후 현지 언론에 "믿어지지 않는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때로는 (타석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야 플라이를 처리해준 켄트에 대해 "내가 친 홈런 3개보다 그의 수비 하나가 더 대단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12호로 켄트(13홈런)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가 된 최희섭은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일 경우 최희섭을 선발에서 제외하곤 했던 짐 트레이시 다저스 감독도 "매 타석 다른 위치로 들어오는 구질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향상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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