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곳곳 부동산 거품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부동산 거품'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나라와 도시를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줄줄이 오른 집값이 거꾸로 잇따라 떨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치솟는 집값=방 2개짜리 아파트 가격이 1백만 달러(약 10억원)를 넘어선 도시가 뉴욕에서 런던.파리.홍콩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2003년 3분기~2004년 3분기에 미국의 집값은 13% 올랐다. 30년간 미국의 집값이 연평균 1.3% 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픅등세라 할 수있다. 단기 폭등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도 같은 기간에 주택 가격이 13~17% 가량 급등했다. 선진국 중에서 집값이 떨어진 나라는 일본(-6.4%)과 독일(-1.7%) 정도다. 이 같은 상승세는 개도국으로도 퍼지면서 최근 1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택은 35% 폭등했고, 중국도 상승률이 10%에 달했다. IMF의 토머스 헬브링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과열'의 기준은 2년간 가격이 19% 이상 오른 나라"라고 규정하고 "프랑스.스페인 등이 이미 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미국.이탈리아 등도 이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 왜 올라가나=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한 선진국들의 금리인하에 따른 투기적 수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2000년 초반 '닷컴 거품'이 붕괴하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고 다른 나라들도 뒤를 따랐다. 이후 은행에서 싼 이자로 빌린 돈으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루웰린은 "각국 중앙은행들은 주식시장에서 하락한 자산가치를 부동산 시장에서 메우려 했다"며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라갔고, 소비심리가 좋아져 경제회복을 이끌었다"고 말다.

◆ 어디까지 올라갈까=현재 집값이 상투에 달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IT 거품의 붕괴를 예측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집값 상승으로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계속되기 어려운 만큼 주택 가격은 영원히 오를 수 없다"며 거품 붕괴를 우려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들도 심각성을 인정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 때문에 금리를 내리려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 공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집값 거품이 꺼질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 대미 수출이 많은 중국 등으로 파장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프레드 버그스타인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와 이자율이 올라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